이랜드리테일이 관계사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 지원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 부진 속에서도 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배당을 늘리고, 이랜드리테일은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등으로 그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룹사 ‘돈줄’ 이랜드리테일, 재무건전성 악화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이랜드리테일은 관계사 이랜드월드(100억원)과 이랜드파크(748억원) 등에 848억원 대여금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이랜드리테일의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2조2천814억원으로 지난해(2조2천555억원) 대비 늘었다. 2023년 유휴자산과 종속기업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총차입금이 줄었지만,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지속적인 관계사 자금 지원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영업부진 속에서도 대여금 지원, 유상증자 참여, 지주사 배당을 단행하면서다.
회사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이랜드월드(552억원)·이랜드파크(743억원)·이랜드테마파크제주(155억원) 등 1천450억원의 그룹사 대여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2022년에도 이랜드월드에 배당금 600억원을 지급하고, 931억원 규모의 이랜드파크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0.65%로 △2022년(4.14%) △2023년(3.29%) △지난해(1.92%)에 이어 감소 추세다. 같은 기간 순이익률도 -9.10%로 지난해(-10.73%)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2022년(-5.41%)부터 적자 폭이 증가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비상경영 원인은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 침체와 경쟁 심화”라며 “관계사 지원금은 일부 회수했으며, 연내 추가 회수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에도 배당 늘린 이랜드그룹, 부담은 리테일 몫?
이랜드리테일의 관계사 지원 압박은 가중되고 있는 반면, 이랜드그룹은 오히려 고배당 성향을 확대하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연결기준 배당금 지급액은 △2022년 410억8천500만원 △2023년 544억9천700만원 △지난해 889억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영업손실 속에서도 104억7천400만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하기도 했다. 이랜드월드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234억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분기(-162억원)에 이어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1천506억원에 달했다.
실적부진에도 배당 늘리는 이랜드그룹, 자금을 지속 공급하는 이랜드리테일은 그룹 재무구조의 불균형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이랜드리테일은 유동성 위기 직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차입금 대부분은 유형자산이 담보로 설정돼 당장은 괜찮지만, 향후 재무구조가 취약한 관계사 대상 추가적인 재무 지원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 사채발행을 통한 차환도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비상경영 3개월, 인력 구조조정 가속
이러한 자금흐름 불균형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5월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뒤 구조조정 움직임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임대 계약이 종료된 뉴코아 인천논현점을 폐점했으며, 현재 대구·경남권의 동아 수성점과 강북점, NC 경산점 3곳의 매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물적 분할했던 이랜드킴스클럽과 이랜드글로벌은 다시 이랜드리테일로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인력 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사쪽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희망퇴직·인사발령·직무 재배치 등이 이어지면서 노사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 합병이 마무리되면 인력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이랜드리테일 사무직이 자회사 킴스클럽 매장에 ‘위탁 지원’ 형식으로 계산원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합병 뒤 해당 인사조치가 ‘본업무 전환’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랜드노조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30명의 이랜드리테일 소속 노동자가 킴스클럽 계산대·물류업무 등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회사쪽은 직무순환을 통한 서비스 품질 제고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사실상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부당 발령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비상경영 3개월 동안 이랜드리테일·이랜드글로벌·이랜드킴스클럽 소속 노동자 약 1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노조는 회사가 그룹사 지원을 통해 재무건전성 악화를 자초했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은 대여금 회수와 함께 관계사와 특수관계인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또 재무구조를 훼손하는 마이너스 배당성향(적자배당)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는 모회사에게는 배당과 대여금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노동자에게만 구조조정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랜드월드와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책임 있는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