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세웅 기자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와 정부 간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대 노총별로 각각의 협의체를 만드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협의체에서 대화할 의제를 고려한다는 계획이나 각각의 협의체에서 다룰 의제가 크게 다르지 않아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안전 대책·고용안정 등 의제 겹쳐 ‘골머리’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 김충현 대책위와 정부 간 협의체는 크게 △현장 노동자들과 대책위만이 참여하는 협의체 △원청 정규직 노조만 참여하는 협의체 두 갈래로 논의 중이다. 애초 협의체는 지난 6월 중 출범이 예정돼 있었지만, 원청 정규직 노조인 한전KPS노조가 자신들 역시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며 출범이 지연돼 왔다.

현장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는 기존 방안대로 국무조정실과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공무원과 정부 추천 전문가가 정부쪽 위원으로 참여한다. 민간위원으로는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지회장을 포함한 현장 노동자들, 대책위 추천 노동·산업안전 전문가가 포함됐다. 안건은 발전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비롯해 △사업장 안전 제도 개선 △발전산업 전반의 안전대책 △발전산업 고용안정 방안이다.

정규직 노조인 한전KPS노조가 참여하는 협의체는 구성과 내용은 아직까지 논의 중이다. 좀더 큰 틀에서 발전정비산업 구조 개선과 에너지 전환정책 등을 논의하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자연스레 발전산업의 다단계 하청 구조 개선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여 의제가 겹치는 만큼,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제외하고는 다른 의제를 논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발전사 정규직 노조가 속해 있어 한전 KPS나 발전공기업의 산업 전환 등과 관련한 의제로 논의한다면 구분되는 의제로 볼 여지도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좀더 그림을 크게 본다면, 발전산업뿐만 아니라 산업전환 전체를 의제로 다루면서 그중 한 부분으로 발전산업을 분과 형태로 다루는 방안을 놓고 이야기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책위-정부 협의체 출범은 한국노총과 정부 간 협의체 출범과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이 늦어진 만큼 더 늘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협의체 분리라는 방향을 잡은 만큼 빠르게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협의체 구성은 한 달 가까이 밀리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 “산업구조 전환과 일자리 대책 논의”

현장 노동자들은 협의체에서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발전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인 발전산업 구조 전환, 일자리 대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모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현장에서 말하는 김충현 협의체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지난 6~7월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소속 비정규 노동자 35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종합해 발표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민영화 정책으로 만들어진 하도급 양산구조가 산재를 양산하는 만큼 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김충현씨는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전KPS로부터 일감을 받은 한국파워O&M 소속이었다. 한전KPS가 지시한 경상정비 작업 중 공작기계에 끼여 숨졌다. 익명을 요구한 비정규 노동자는 “(원청은) 무자격자들에게 10미터 높이의 비계를 쌓고 올라가라는 지시를 한다”며 “위험하다고 해도 원청은 급하다는 말만 반복하니 따를 수밖에 없고, 각자가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갑작스러운 통보로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 정책’ 역시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한다는 한 비정규 노동자는 “월급을 쪼개서 사람을 지키거나 나가라고 회사에서 갑자기 통보가 와서 한 사람이 퇴사했다”고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진상규명과 처벌 역시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또 다른 익명의 비정규 노동자는 “서부발전이나 한전KPS 현장 직원들은 죄가 없는 것을 안다”며 “그 윗선들이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람이 죽은 죗값은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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