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경숙 SH노조위원장. <임세웅 기자>

SH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에는 ‘직렬 차별’이 있다. 사무직·기술직은 1급까지 승진이 가능하지만 주거복지직은 7급까지로 제한된다. 주거복지직에서는 사무직·기술직과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데도 승진에 제한을 둔 것은 많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그 목소리가 하경숙 SH노조 위원장(54·사진)을 당선시켰다. 하 위원장은 7급 승진 제한을 없애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공사가 처한 시대적 사명과, 현장업무의 전문성이 예전과 다른 만큼, 사무직, 기술직과의 차별을 없애자는 겁니다. 이번 집행부에서 이를 이끌어내 노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SH노조사무실에서 만난 하경숙 위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 정확히 사쪽에 내밀 요구안은 무엇인가.
“현재 자리에서 머물고 싶은 사람은 머물되, 능력이 있고 승진에 대한 욕구도 있는 사람은 사무직·기술직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노동자들에게 선택권을 두 개 주자는 안이다.
일부 고연차 주거복지직의 의견 중에는 직렬 이동이 실제로 가능하겠느냐, 직렬이 넘어가면 감당해야 할 책임들도 많고 신경써야 할 것도 많으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조합원은 그렇지 않았다.”

- 사쪽은 직렬 간 차등 이유로 입직경로를 이야기한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입직경로로 뽑는 사람의 능력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주거복지직이 사무·기술직과 다른 점은 전공시험을 안 보는 것뿐이다. 전공시험은 사실상 대졸자를 가르는 것이기 때문에 주거복지직은 고졸 전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특성화고 우수인재들 몇몇을 제외하면 대졸자들도 이 경로를 통해 많이 온다. 토익(TOEIC) 성적이 900대인 친구들도 있다. 천천히 올라가도 된다는 생각으로 입사했다가, 승진이 아예 막혀 있는 구조라는 걸 보고는 퇴사하기도 한다.

사무직·기술직은 토익 800점을 지원자격으로 요구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와 인성검사에 전공시험을 본 뒤, AI면접과 직무수행능력 및 인성면접을 통과해야 입사할 수 있다. 주거복지직이 사무·기술직과 다른 점은 지원자격에 공인영어성적이 없고, 시험과목에 전공 시험이 없다는 것이다.”

- 다르게 뽑았는데 같은 기회를 주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공정 잣대는 우리에게 들이대기는 어렵다고 본다. 현재의 사무직·기술직들이 그런 잣대로 직렬 간 이동을 막는 건 모순이다. 직영으로 임대주택을 관리하던 때에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사무보조원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직렬 개편을 할 당시 사무직·기술직으로 개편됐다. 그들도 큰 문제 없이 잘 근무하고 있지 않나.

우리는 승급 속도도 빠르지 않다. 그런데 승급 상한을 아예 막아 놓은 게 오히려 불공정 아닌가. 주거복지직은 현장 최일선에서, 사무·기술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거안정이 필요한 취약계층들의 주거에 필요한 부분들을 돌본다는 자긍심을 갖고 근무한다. SH 업무의 핵심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 안으로만 들어오면 외부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 업무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거복지직이라고 실력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직렬 간 칸막이를 강하게 세운 것은 2018년 이후부터다. 나부터 2016년에 본사 주거복지기획부에서 근무했다. 사무직이 하는 업무다. 어렵거나 힘들어서 일이 진행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저 외에도 본사로 들어가 사무직 업무를 봤던 친구들도 5명 있었다. 2018년 갑자기 한꺼번에 다시 현장으로 내보냈다. 사무직과 기술직이 센터장으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은 직급만 높을 뿐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한다.”

주거복지직은 SH공사의 각 지역센터에서 주로 일한다. 임대관리업무와 주거복지, 입주민 민원 업무를 담당한다. 현장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사무직은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다가 센터장으로 내려와 주거복지직을 관리하는 업무를 한다.

- 현실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롤모델이 있나.
“서울시설관리공단 방식과 서울교통공사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다양한 직렬이 있는데, 직렬 간 차별 없이 임금과 승진 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지난해 단체협약에서 ‘승진 차별 해소 방안을 검토하고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부칙을 마련한 바 있다. 회사에서도 우리의 문제 의식이 잘못되지 않았고, 주변 환경 변화를 신경 쓴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얼마나 검토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진전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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