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양대노총 공대위

노동계가 공공기관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발생한 추가 인건비는 총인건비제를 넘겨도 집행할 수 있게 한 최근 기획재정부 결정에 반색하면서도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통상임금에만 적용된 예외적인 조치로, 여전히 총인건비를 통한 공공기관 통제가 작동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수당도 총인건비를 초과하면 받을 수 있도록 점검하는 모양새다.

“총인건비 못 넘긴다”

지레 포기 초과수당 체불소송 ‘만지작’

3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계 일각에서는 초과근로수당부터 접근하자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총인건비제로 묶여 있어 초과근로를 하고도 초과근로했다고 보고하지 않고,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를 제대로 다퉈보자는 이야기다.

이미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지부는 노동자 1명당 600만원, 총 800억원에 이르는 시간외수당을 사용자가 체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시간외근무에 대한 보상을 보상휴가로 지급했는데, 이 보상휴가를 사용하지 못해 쌓인 시간외수당 금액이다. 지부는 지난 5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체불로 인정되면 총인건비제에 다시 한번 균열이 생긴다. 앞선 기재부의 결정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한 법리변경으로부터 발생한 것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기업은행지부가 이전부터에 제기했던 통상임금 소송이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나면서였다. 기업은행지부가 이 판결을 받아들자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미지급분은 체불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금융위원회가 등판하면서 총인건비 벽을 넘을 수 있었다.

한 공공기관노조 관계자는 “초과근수당을 올려도 애초에 총인건비에 막힐 게 뻔하지 이제까지 한숨만 쉬면서 보이지 않는 초과근로를 해 왔다”며 “지금 총인건비제에 균열이 생겼고 정권도 초기인 만큼 밀어붙여야 할 시기라고 본다”고 했다.

“통상임금은 예외상황, 총인건비제 폐지 이끌어야”

노동계는 이번 기재부의 결정은 예외 상황을 하나 만들었다는 의미에 그친다고 본다. 정부의 전체적인 기조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달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통상임금 소송결과가 있거나, 권한이 있는 행정기관이 통상임금임을 확인하는 경우에만 수당 증가분을 예산에 편성·집행할 수 있게 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동자가 승리해 공공기관이 임금 손실분을 충당했어야 하는 경우에도 인건비 예산 내에서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에 비하면 진일보했지만, 법리 변경에 따라 발생한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평가다.

노동계는 예산운용지침을 넘어 통상임금 반영을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인건비 소요 재원을 일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차원의 총인건비제에 대한 기조 변화가 없어, 통상임금 확보를 위해 소송이 빈발할 수 있으므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공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공공기관이 소송 없이도 합리적 절차에 따라 통상임금 인건비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결정에 구속되는 기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지방공공기관 등 많은 공공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송이나 행정확인 이후에만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발상은 후진적 행정 관행”이라며 “인건비 소요 재원은 일괄 반영하고, 결국 총인건비제의 근본적 개편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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