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2019년 4월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2019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2018년 10명의 하청노동자이 사망한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포스코그룹의 건설 자회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여덟 번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모두 ‘재래형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중대재해로 경영책임자인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 사고를 콕 집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하면서 수사당국의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만 네 번째, 석 달 전 신안산선 사고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여덟 차례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본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중대재해 사망 발생 원·하청 사업장(2022년 1월27일~2024년 3월30일)’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포함한 수치다.

전날(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창녕 간 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10공구 현장에서 사면 보강작업을 하던 원청 60대 노동자가 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인 천공기에 끼여 숨졌다. 올해 4월11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한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건설현장 붕괴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석 달여 만에 또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포스코이앤씨 사업장에서 발생한 여덟 번째 중대재해다.

포스코이앤씨는 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반복된 건설사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2023년 8월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하던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포스코이앤씨 소속 노동자 1명이 갱폼(건축 공사에서 사용하는 대형 거푸집) 인양 작업 중 기울어진 갱폼에서 떨어져 숨졌다.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넘어진 철 구조물에 깔려 사망했고, 같은해 8월에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더샵 강동센트럴시티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30대 노동자가 감전돼 숨졌다. 불과 석 달 뒤인 11월27일에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현대5차아파트 재건축 공사장의 보행로 지붕이 폭설로 무너져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올해 1월16일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하던 경남 김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17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4월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가 났고, 불과 열흘 뒤 대구 중구 주상복합 신축공사현장에서 추락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이번 고속도로 사고를 포함하면 올해만 네 번째 사고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안전관리 총체적 문제”

모두 이른바 ‘후진국형(재래형) 사고’다. 중대재해 8건의 사고유형을 보면 깔림(3건)·끼임(1건)·추락(3건)·감전(1건)이다. 모두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고 직전에 발생한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는 사고 전날 터널을 떠받치는 기둥이 휘어지는 등 붕괴 징조가 있었지만 작업자가 투입됐다.

연이은 사고에 노동부는 5월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감독을 실시한 결과, 약 70건의 법 위반을 적발해 1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과태료 2억여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노동부는 이날 본사와 전국 65개 공사현장에 대해 감독에 착수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불시감독을 지시하며 “포스코이앤씨 같은 시공능력 7위인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세 차례 중대재해가 발생해 집중 감독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은 본사 및 최고경영자(CEO)의 안전관리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 “무기한 작업 중단”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노동부 장관이 포스코이앤씨 사고에 집중하자 포스코이앤씨는 이날 오후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대표는 인천 송도 사옥에서 담화문을 통해 “어제 사고 직후 저희 회사의 모든 현장에서 즉시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 안전이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무기한 작업을 중지토록 했다”며 “잠재된 위험 요소를 전면 재조사해 유사사고를 예방하고 생업을 위해 출근한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퇴근할 수 있는 재해예방 안전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의 사과에도 수사는 정희민 대표이사에게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이앤씨 지분의 52.7%는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정희민 대표는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포스코이앤씨에서 사업기획실장LCT사업단장·건축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뒤 지난해 12월 대표로 선임됐다. 관건은 정 대표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마련에 어느 정도 관여했을지로 압축된다. 서울 한 대형로펌의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마련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가 많아 위험성평가, 작업계획서 마련 등 조치를 수사당국이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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