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사가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두고 교섭에서 이견을 좁히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금융 공공성을 이유로 교섭에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금융은 공공성 강한 영역
노동시간 단축 교섭 지원 나설 수 있어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금융 노사는 주 4.5일제를 두고 노동위원회 조정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17일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를 거쳤지만, 1일 8시간, 1주 36시간, 주 4.5일제를 요구하는 노조에 사용자협의회는 법률 개정과 정부 정책이 선행돼야 하고, 이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과거 사례를 비춰 보면, 금융 노사는 제도에 앞서 주 5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금융 노사는 2002년 주 5일 근무제를 전격 도입하는 조건으로 △연차휴가 15일, 월차휴가 12일을 임금보전 없이 반납하고, 체력단련 휴가 6일 폐지, 이후 근로기준법 개정이 되는 즉시 노동조건을 재협의하기로 하며 주 5일제를 그해 7월 도입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2004년 7월 시행됐고, 사전 합의에 따라 금융 노사는 노동조건을 재차 논의했다.
최일선에 나선 노조들은 사쪽이 정부 정책 방향을 이유로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개입을 요구했다. 정부가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시행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는 노사정 창구를 운영하고 금융산업의 선제적 도입을 위한 장려 메시지를 내는 방법 등으로 교섭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 5일제에서 주 4.5일제 대전환-금융산업의 책임과 역할’ 토론회에서 “정부가 노사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상황을 방치하면 주 4.5일제 점진적 시행은 불가능하다”며 “금융산업의 주 4.5일제 도입은 대한민국의 구조개혁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교섭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경영학)는 “금융은 민간이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책 설계는 정부가 금융위원회 등에서 하고 있어 공공성이 강한 영역이라 민간 자본이 자유롭지는 않다”며 “때문에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아니겠지만 노사합의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할 수 있고, 정부는 교섭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오프라인으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점차 줄어드는 만큼, 창구 운영시간이 줄어든다 해도 소비자불편은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서비스 전달채널별 업무처리 비중은 창구는 7.7%에서 2022년 5.5%까지 줄었다. 인터넷뱅킹은 같은 기간 60.4%에서 77.7%까지 늘었다.
사용자 “업무효율, 생산성, 근무 모델 논의 필요” 반복
사용자쪽은 시민과 노동자의 불편, 노동생산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종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노사정책부장은 “동일한 업무량을 처리하며 노동시간을 줄인다면 근무강도는 더 높아지고, 영업점 운영 공백이 생기면 국민 불편이 이어질 수 있으며,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생산성이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닌 만큼 제도 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 운영체계 방식을 조정할 수 있는지, 업무효율과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현장 여건에 맞는 근무 모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는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하고 이인영·서영교·이학영·한정애·어기구·전현희·강준현·김주영·민병덕·김남근·김현정·박홍배·박해철·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금융노조, 주4일제네트워크가 주최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이 후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금융노조 6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노조는 ‘오늘을 만든 주 5일제, 내일을 바꿀 주 4.5일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 4.5일제로의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