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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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의 노동자들이 국기원 이사로부터 고소당했다. 노동자들이 이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여서가 아니다. 임원들 간 갈등 속에 임원들의 지시·명령을 받고 절차대로 일한 노동자들이 휘말린 탓이다.

“상사의 지휘로 일을 한 특정 직원을 고소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기원은 사태를 방관하고 있습니다.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진상을 규명하고, 잘잘못을 따져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겁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7일 오전에 만난 김정수 국기원노조 위원장(45·사진)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인터뷰는 서울 강남구 국기원노조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 최근 대통령실 앞 1인 시위를 했다.
“조합원들이 이사들 간 다툼에 휘말리는데 국기원은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2023년에는 조합원 두 명이, 올해 5월에는 다른 한 명이 국기원 이사로부터 고소당했다. 각각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횡령 혐의였다. 조합원들은 상부 지시를 따라 일을 한 것뿐이었다.”

- 조합원들도 잘못에 가담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기 어렵다. 2023년 사건에서 조합원들이 한 일은 상부의 자료 요청에 응답한 것뿐이다. 특정 이사가 이사회 참석시 들어간 항공료·숙박비 지급 명세서 자료를 떼 줬다. 이게 외부로 유출되면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가 돼, 결재에 관계된 사람들 모두가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조합원 두 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범죄 혐의가 인정됐다는 사실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한다.

올해 고소당한 조합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는 상부 지시에 따라 해외 파견 심사사업을 추진하는 실무자였다. 사업이 상부 횡령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내부 감사에서 나왔는데, 이 때문에 고소당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자가 알기는 어려운 내용들이다. 현재 강남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국기원 행정감사 자료는 지난 5월 언론에 유출됐다. 태권도 단증 해외 심사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이사가 이를 이유로 실무자인 조합원에 소송을 걸었다고 노조는 짐작하고 있다. 특정 이사가 국기원을 상대로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개개인들을 향해 소송을 걸고 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 상부를 고소하는 게 아니라 조합원 개인들을 고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업계 특수성 때문이다. 태권도 업계는 선후배 문화가 강하다.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중 후배들이 많다, 후배들을 고소하는 게 상부에 대한 압박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후배들 개개인은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노조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노조가 목소리를 낸 뒤 사쪽 입장이 달라지고 있는가.
“국기원이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조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이전부터 노조가 요구해 왔지만, 그때는 위원회를 꾸린다는 이야기만 하면서 뭉갰다. 이달 초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나서 다시 한 번 강하게 요청했더니 실제 위원회를 꾸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가 조사 방향과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구성도 대부분 완성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 그렇다면 절차대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 않나.
“노조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임기 때문이다. 문제의 이사, 사태를 해결해야 할 원장의 임기는 올해 10월로 끝난다. 지금까지 한 행동을 살펴보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뭉개다 임기가 끝난 뒤 책임이 없다며 벗어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동섭 국기원장은 본인이 결단만 하면 해결될 문제를 지금껏 끌어 왔다. 국기원이 조사위원회를 꾸려 잘못한 사람들을 규정에 따라 징계하면 될 문제다.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조금이라도 움직인다.”

- 노조의 요구는 무엇인가.
“원장과 이사회 임기가 끝나는 것과 관계없이, 대외비 유출자 색출과 처벌을 원한다. 1차적으로 대외비가 유출되고 이로 인해 조합원들이 휘말리는 만큼, 이를 방지하자는 의도다. 국기원 징계위원회 규칙에 따르면 대외비 유출시 징계하게 돼 있고, 취업규칙에도 기밀누설 방지 조항이 있다. 퇴직 후에도 직무상 기밀을 누설해선 안된다고 나와 있는 만큼, 이후에 같은 일이 발생할시 조치가 필요하다.

만약 이 역시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언제 소송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계속해서 노출된다.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

- 향후 계획은.
“노조는 이사들 간 다툼 등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조합원들이 더 이상 피해받지 않기를 원한다. 자기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근무 환경을 만들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현재 문제들이 방치되면서 국기원의 명예 역시 추락하는 만큼, 국기원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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