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노동자’ 김정봉 금속노조 동부지역지회 부지회장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처음으로 만난 ‘1호 노동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던 김정봉씨는 지난달 24일 김영훈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던 날, 피켓을 들고 주얼리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미가입 실태 등을 알리며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당시 김영훈 후보자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끝난 뒤 농성장을 찾아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다음날인 6월25일 오전 ‘1호 노동자’ 김정봉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다시 서울노동청을 찾았다. 질문을 하고 있던 와중에 김영훈 후보자가 농성장을 방문했다. 김정봉씨도 예기치 못한 ‘깜짝 방문’이었다. 김정봉씨는 주얼리 노동자를 포함해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만연한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와 관련해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다시금 호소했다. 화공약품에 노출되며 건강권을 위협받고 포괄임금제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실태도 전달했다. 김영훈 후보자는 김정봉씨와 2차 면담에서 다시 한번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김영훈 후보자가 김정봉씨를 만난 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김 후보자는 16일 인사청문회를 마쳤고, 김정봉씨는 같은 날 민주노총 총파업 사전 결의대회에 참여한 뒤 농성장을 지켰다. 역대급 폭염과 기록적 호우 속에서도 김씨는 노숙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시민들과 함께하는 전태일평전 읽기도 벌써 ‘3회독’째 계속되고 있다. 장관 후보자와 두 차례 면담 이후 김정봉씨는 노동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산업보건기준과·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났지만 현재까지 체감되는 실질적 변화는 없는 상태다.
김영훈 후보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김정봉씨와 같이 영세사업장의 근로자가 사회보험에도 가입되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다”며 “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선적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국세정보 연계 등을 통한 고용보험 가입 누락자 발굴, 소득기반 고용보험 개편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는 “땀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말했다.
김정봉씨는 주얼리 사업장이 집중된 서울 종로 일대 관할 서울노동청이 근로감독을 하는 대신 자율점검에 그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김정봉씨 같은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기준법 바깥에 놓인 사각지대 노동자들은 ‘노동자 출신 장관’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땀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의 바로미터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