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세웅 기자

올해 한국노동대상에 정귀순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이사장이 선정됐다. 지역에서 30년 가까이 이주노동자 권익보호와 제도개선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제 삶의 여정을 눈여겨본 수상,
활동가의 열정과 헌신에 많은 관심 부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원장 김진영)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5 한국노동대상 시상식’을 열고 정귀순 이사장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역 인권운동의 구조적 기반을 만들어 왔으며, 이는 한국 노동운동의 외연 확장과 방향성 설정에 있어 귀감이 될 만하다는 게 선정 이유다.

정 이사장은 1996년 부산 최초의 외국인노동자 인권단체인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현재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을 설립하고 29년간 이주노동자와 이주아동, 여성노동자 등 이주민의 노동권을 포함한 사회적 권리보호와 제도개선에 앞장서 왔다.

특히 이주노동자 도입 제도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산업연수제도는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운영되던 제도로, 이주노동자에 기술연수를 시킨다는 명목으로 저임금으로 활용했던 제도다. 연수가 종료되면 이주노동자는 3개월 내 한국을 떠나야 했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 신분으로 대우하게 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고, 1번에 최대 4년10개월까지 일할 수 있으며 재신청시 다시 4년10개월간 노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 이사장은 “제 삶의 여정을 눈여겨본 수상이라고 생각한다”며 “1996년 여름 임금체불로 어려움을 겪던 필리핀 노동자와 함께 공장에 들어섰을 때, 젊은 날 바꾸고자 했던 현실은 그대로라는 것을, 미싱대 앞에서 졸던 10대 여성이 이주노동자로만 바뀌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저의 이주민 인권 운동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정부를 상대로 법제도 개선 활동을 해서 고용허가제로 나아갔지만, 살만한 곳이 되지 않는 한 우리의 상담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 인권이 나아갈 수 있던 이유는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서 곁을 지키고 기록하고 행동하는 활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들의 열정과 헌신에 비해 사회적 지지와 응원은 부족하다”며 “사람을 지키지 않는 운동에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비해 기반이 취약한 지역 인권 운동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가 필요했고 2022년 인권플랫폼 파랑을 시작했는데, 아직 지역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이 마음껏 기대기에는 부족한 만큼 활동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노동문화대상 개편해 노동대상으로
한 사람에게 수상하고 격 높여

김진영 원장은 “정귀순 이사장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해 온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주와 노동, 지역과 아시아, 인권과 민주주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대표적 실천 인물”이라며 “이번 수상은 그간 활동을 기리는 동시에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치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동대상은 노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인물이나 기관 네 곳에 고려대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가 수여하는 노동문화대상을 개편한 것이다.

수상자 선정은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추천위원회가 노동 현장과 학계, 시민사회, 언론, 법조계, 종교계, 문화예술계에서 5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며 시작했다. 이후 실적의 객관성과 사회적 파급력, 중장기 기여도를 중심으로 심층 검토해 8명을 최종 후보자로 추렸다.

최종 후보자는 고대 노동대학원 노사관계학과·노동법학과·정책복지학과·인력관리원·노동경제학과·노동문제연구소 담당교수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선정했다. 학문적 독립성·전문성·노동현장성·학술성·제도개선의 실효성·사회적 연대와 영향력이라는 기준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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