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새 시대를 개척하겠다”며 한국을 ‘글로벌 모방’에서 ‘주도’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노동과 복지국가 등을 주요 메시지로 내세웠던 2017년·2022년 대선 때와 차이점이 확연하다.
이 전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집권 비전을 발표하며 “이재명이 위대한 국민의 훌륭한 도구로서 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길을 열겠다. ‘K-이니셔티브(initiative)’의 새 시대를 열겠다”며 “한걸음이라도 뒤쳐지면 도태 위험에 노출된 추격자가 되지만 반걸음이라도 앞서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대선 슬로건은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브랜드 슬로건은 ‘지금은 이재명’이다.
노동·여성 지우며 논란 최소화
이 전 대표는 “이제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변화를 예고하며 초과학기술의 신문명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정세를 평가한 뒤, “이번 대선을 대한민국이 새 희망의 미래를 여는 레벨업의 전기로 만들고, 70년의 위대한 성취를 넘어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은 약육강식의 세계 질서와 경랑의 인공지능, 첨단 과학 시대조차 극복하며 세계적 표준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 대표의 비전 발표에 일자리나 노동은 언급되지 않았다. 발표 장소도 국회 소통관으로, 2017년 대선 당시 “대한민국 최초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며 경기 성남시의 한 시계공장에서 출마 선언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2022년 대선 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영상 출마를 선택했지만 ‘억강부약 정치(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를 철학으로 발표하며 기본소득 등을 주장했다.
주목해볼 수 있는 표현은 ‘잘사니즘’ 정도였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 전 대표는 “어떤 삶이 더 행복한 삶인지 고심하며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가치 중심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며 “먹사니즘의 토대 위에 잘사니즘의 비전을 말씀드렸던 이유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다만 ‘잘사니즘’ 정책 대상이 무엇이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먹사니즘의 토대 위에 한계를 뛰어넘어 신세계를 설계하는 잘사니즘, 변화를 주도하는 영향력이 곧 글로벌 경쟁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뿐 아니라 여성처럼 갈등의 소지가 있는 의제에 대답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비전 발표가 끝나고 ‘빛의 혁명이라는 말을 강조해왔는데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었던 2030 여성들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여성 문제를 일부러 피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빛의 혁명 과정에는 모든 국민이 함께했다”며 “모든 국민과 함께 가야될 일”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경선룰 의견 분분
한편 민주당은 대선 경선 규칙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 참여경선)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인데, 10일 박범계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완전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저희 당의 당원 주권주의와 다소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발 의견이 표출된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캠프의 백왕순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선관위에 경고한다’는 이름의 입장문을 내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데, 우리측이 제안한 요구를 후보와 1(하나)도 상의 없이 일축했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후보자들의 의견을 일체 듣지 않고 계속 불통한다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추대 경선의 들러리로 나서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대산빌딩에서 김동연 전 경기도지사를 대리해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이 없다, 역선택이 우려된다’는 막연한 구실로 국민경선을 파괴하려는 결과를 보인다면 우리 김동연 캠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