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말이 끝나자마자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제자리에서 일어나 “우리가 이겼다, 국민의 힘으로 이겼다”고 환호했다.
서로 얼싸안고 빙글빙글
4일 오전 헌법재판소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서울지하철 6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앞.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와 시민들이 안국동 사거리에서 안국역 5번 출구 직전까지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었다.
오전 11시가 되자 대열 사이사이를 걸어다니던 시민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곧바로 앉았다. 서 있는 시민들에게 “화면을 가리니 앉으라”는 요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헌재의 파면 선고를 중계하는 대형 스크린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시민들은 문형배 권한대행이 “국가긴급권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 “피청구인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문을 읽을 때마다 ‘윤석열 파면’이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는 말이 나오자 한 백발 노인은 앉은자리에서 “인용”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두 손을 말아쥐었다.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것으로 선고를 마친다”는 문 권한대행의 말에 앉아 있던 시민들이 동시에 일어났다. “솔직히 말할게 많이 기다려왔어”로 시작하는 가수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흘러나왔다. 한 40대 남성은 ‘윤석열 파면’ 자막이 띄워진 중계 화면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과잠을 입고 온 대학생 세 명은 서로 끌어안아 원을 만들고는 노래에 맞춰 빙빙 돌았다.
무릎을 꿇은 채로 중계를 지켜본 김영일(33·가명)씨는 “이 상식적인 말을 듣기 위해서 시민들이 너무 고생이 많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앉은자리에서 핸드폰 카메라로 선고 영상을 촬영한 이지성(35·가명)씨는 “당연한 말들인데도 벅차오른다”고 소감을 전했다.
“끝이 아닌 시작, 내란세력 사법처리해야”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이태원참사와 내란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다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유가족은 지난 4개월간 끓어오르는 분노로 윤석열 탄핵 집회 때마다 시민과 함께했다”며 “윤석열은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게 시작이니 은폐시켰던 모든 의혹을 밝히고, 책임 있는 자들은 심판하고 죗값을 물어 정의가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비상행동 의장단은 “내란세력이 위협한 헌정질서의 허점을 보완하고 내란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을 헌법에서 삭제하고, 헌법재판소의 무력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사회대개혁을 완성하고, 제정당도 당리당략을 떠나 협력해야 한다”며 “주권자의 힘으로 사회대개혁을 완성하겠다. 지난 겨울에 그랬듯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헌재 선고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이게 나라냐”고 소리치고, 일부는 경찰버스 유리창을 파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