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전환연구소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입맛대로 구성됐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원칙으로 하는 ‘기후시민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다양성 없는 탄녹위는 행정위원회로 변경하고
공론장은 기후시민회의 만들어 결정

김주온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누가 어떻게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결정해야 하는가’ 토론회 발제에서 “현재 한국의 기후 거버넌스는 전문성도 포용성도 부족해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기후시민의회 신설안을 제시했다. NDC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하기 위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약속한 탄소 감축 목표치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다양성이 없고 실질적인 이해관계 대표자가 없어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원회는 위원장 2명(국무총리·민간위원장), 각 부처 장관 등 당연직 위원 21명과 위촉직 위원 35명, 총 58명으로 구성됐다. 위촉직 35명 중 71%가 교수(13명)와 연구진(12명)이고, 노동계와 청년, 여성을 대표해 위촉 위원으로 앉은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위원장과 유재은 스페셜스페이스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 인재영입 제안을 받거나 국민의힘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해 친정부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

기후시민의회는 이런 구조에서 젠더 관점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을 반영한 기후정책을 만들기 위해 제시된 거버넌스 개편안이다. 김 위원이 제시한 안을 살펴보면 기후시민의회의 위상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산하 상설기구다. 구성원은 성별과 연령, 지역,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대표할 수 있도록 나눈 인구집단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100명 이상의 시민이다. 전문가 지원의 도움을 받아 교육을 받은 시민들이 합의한 정책 권고안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공식 의제로 채택해 심의하고 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여기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행정위원회의 위상을 가진다.

이는 프랑스와 영국 등 해외 주요국의 모델을 참조한 안이다. 프랑스는 대통령 제안으로 성별, 연령, 사회경제적 배경, 교육, 거주유형, 지역의 6가지 인구 통계학적 측면에서 대중을 대표하는 150명의 시민을 무작위로 선정해 시민총회를 열었다. 영국도 연령, 성별, 교육, 인종, 지역, 거주 유형, 기후 변화에 대한 태도에서 대표성을 지닌 108명을 선정한 기후회의를 운영했다. 덴마크와 독일,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역시 시민의회를 만들어 운영했다.

젠더 관점 강화 목소리 강조돼
이행 확보 방안 없으면 의견수렴창구화 우려

토론회 참가자들은 다양성 중 특히 성차별적 구조 해소를 강조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내에서 젠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 등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여성에게 더 위협적이고, 저소득 여성을 고려하지 않는 적응 대책은 기후위기 취약성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음에도 한국 기후대응 정책은 젠더 관점이 없다는 이유다. 실제로 2022년 7월31일~2024년 7월31일 제출된 34개 NDC에 포함된 61개 당사국 중 89.1%가 NDC에서 젠더를 언급했지만 한국은 언급이 없었다.

이 안에서는 권고안에 대한 이행 확보 방안을 마련이 필수라는 의견이 나왔다. 노동계를 대표해 나온 남태섭 전력연맹 사무처장은 “시민회의에서 합의한 권고안의 이행이 확보되지 않으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관료조직화하고, 기후시민의회는 단순 의견수렴창구 역할에 한정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편 남 처장은 거버넌스 개편안이 중앙에만 집중되지 않고 산업·업종·지역 수준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노동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의제는 산업·노동·사회·지역정책 모두를 포괄하고 있고, 관할 범위는 전국과 지역, 산업·업종과 기업 등으로 중층적이기 때문에 본 위원회 산하에 업종별위원회를 설치하거나, 발전산업위원회를 만드는 안을 냈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과 서왕진(조국혁신당)·윤종오(진보당)·한창민(사회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여성환경연대가 공동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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