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규 장애인노조지부장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

 

일터에서의 권리 보장은커녕 일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자에게 노조는 어떤 의미일까. 2019년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가 출범하면서 지부는 장애인 실업문제와 장애인노조 역할에 질문을 던져 왔다. ‘장판(장애인운동판)’과 노동계를 교차한 이들의 활동은 여러 기대를 받았지만 지부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등으로 위기가 닥쳤다. 집행부는 오랫동안 공석이었고 지부는 3년 넘게 활동을 중단했다. 최근에서야 지부 안팎에서 정상화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지난해 비상대책위가 꾸려졌다. 지난달 12~13일 임원선거를 진행했고 34명의 조합원 중 20명이 투표해 95%의 찬성률로 조영규(34·사진) 지부장과 고경선 사무국장이 3대 임원으로 당선됐다.

이동권조차 ‘투쟁’하면서 요구해야 하는 사회에서 장애인 노동권에 대한 질문은 어떻게 던질수 있을까. 지난달 28일 <매일노동뉴스>와 전화로 인터뷰한 조 지부장은 “장애인 노동자로서 노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개별 사업장 문제뿐 아니라 장애인 고용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역시 중증 시각장애인으로 오랜 구직활동 끝에 여러 일터를 거쳐 왔다. 조영규 지부장은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는 법이나 기관은 있지만 고용 이후 장애인이 기댈 곳은 없었다”며 “장애인 노동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노조가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지부 조합원이기도 했지만 저 역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장애인 노동자로서 차별을 경험했다. 부당해고를 당하거나, 장애인 편의제공이 안 되는 업무환경에 놓여 노조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면서 느낀 게 우리나라는 장애인 고용 이후를 책임지는 기관이나 제도가 없다는 거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 등 고용을 촉진하는 제도는 있지만 노동자가 된 장애인이 비빌 구석은 없었다. 노조가 그런 역할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고용 이후를 살피고 노동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조직이자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노조 정상화에 동의해 출마까지 결심했다.”

- 사업장이나 직종이 일관되지 않아 교섭 등의 한계가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 정도라고 하면 장애인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체는 노조가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노조가 있다 해도 장애인이라서 노조의 힘을 빌리기 어려운 경우 장애인노조와 함께 노동권을 쟁취할 수 있지 않을까. 최종적으로는 장애인 모두를 대변하는 노조로 성장해 장애인고용공단이나 정부를 상대로 장애인고용정책을 논의하고 교섭하고 싶다.”

- 장애인 노동자들이 시급하게 생각하는 노동 현안은.

“조합원들은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최저임금법 7조에 문제의식을 크게 느낀다. 또 근로지원인(중증장애인이 업무수행 능력이 있지만 장애로 부수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경우 근로지원인을 배치해 중증장애인의 직업생활을 지원하는 제도) 예산 부족이나 고용지원 제도가 미비한 점도 문제로 꼽는다. 특히 최근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줄어드는 등 장애인 고용 등이 축소되는 추세다. 그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 욕구가 높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최저임금법 같은 경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의 구상도 하고 있다. 장애인 노동자의 애로사항을 모아 장애인고용공단에 전달하는 소통창구가 되길 바란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4%도 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또 장애인을 채용해 의무고용률을 지킨다고 해도 회사 안에 장애인이 4%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96%가 비장애인인 근로조건에서 4%의 요구와 문제가 공감을 받기가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사업체별로는 4%지만 전체 장애인 노동자의 요구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런 요구들을 모아 장애인 노동자의 현실을 표출하는 노조를 만들고 싶다.

무엇보다 고용 이후의 장애인 노동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인 노조가 됐으면 좋겠다. 그걸 핵심으로 삼으려고 하니 노조에 적극적으로 가입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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