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고교무상교육에 대한 국비 지원을 연장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지난해 9천439억원을 고교무상교육에 지출했는데 올해부터는 교육청이 정부 몫까지 부담하게 돼 지역 교육재정에 나타날 변화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에는 고교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47.5%, 시·도 교육청이 47.5%, 지방자치단체가 5%씩 나눠 부담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9년부터 시작된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은 해당 법에 따라 2020년부터 2024년 12월31일까지 유효했다. 지난해 정부와 교육청은 각각 9천439억원을, 지자체가 994억원을 부담했으나 최 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특례조항이 일몰돼 올해부터는 교육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최 대행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에 따라 정부가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초·중·고교 교육비로 할당하기 때문에 해당 교부금 내에서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대행은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올해 지난해보다 3조4천억원 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출할 계획”이라며 “고교무상교육 경비는 지방에서 부담할 여력이 충분한데도 국가가 과도하게 추가 비용을 지원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반발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으면 서울시교육청은 2년 안에 재정안정화기금이 고갈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교육에 대한 정부 책임 방기”라고 꼬집었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도 입장문에서 “무상교육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합의로 정착된 제도”라며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와 교육재정 안정화를 요구하는 교육계 전체의 간절한 요청을 외면한 잘못된 권한 행사”라고 비판했다.
전교조(위원장 박영환)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당장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을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박영환 위원장은 “이미 교육예산이 없어 학교마다 예산을 줄이느라 전쟁인데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며 “정부는 교육계엄과 다름없는 거부권 행사를 당장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