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군산 미군기지

고용노동부가 미군기지 식당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특정 노동자에 대해 고용승계를 하지 않도록 한 지배인이 ‘취업 방해 목적 명부 작성·사용’을 금지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른바 관리자 눈 밖에 난 사람을 고용승계 명단에서 제외하는 ‘블랙리스트’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군산지청은 지난 20일 군산 미군기지 식당노동자 이수영(57)씨가 갑진개발 소속 지배인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사건에 근로기준법 40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사건을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근로기준법 40조(취업 방해의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씨는 2021년 6월 주한미군 사병식당을 위탁운영하는 엘도라도 군산지점에 입사해 서빙·계산 업무를 하다 지난해 8월 해고됐다. 식당 관리 운영을 재하도급받은 엘도라도리조트가 공개경쟁 입찰에서 탈락하자 엘도라도측은 이씨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차기사업자로 선정된 갑진개발은 이씨 포함 5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노동자 43명을 고용승계했고, 6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이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해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따라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받았다.<본지 2024년 1월19일 온라인 기사 “미군기지 용역노동자 ‘고용승계 기대권’ 인정” 기사 참조> 그런데 중노위 재심 과정에서 지배인이 근로기준법 40조를 위반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배인은 사실관계 확인 문답서에서 “대표님께 강력히 재고용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저 역시 이수영씨 재고용되면 그만두려 했다”고 진술했다. 갑진개발 대표에게 이씨를 고용승계에서 제외하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이씨는 올해 2월 지배인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군산지청은 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보고 6월10일 행정종결 처리했다. 이씨는 7월 재진정을 제기했고, 종전의 결론을 뒤집는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이씨를 대리한 하은성 공인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는 “근로기준법 40조 위반으로 신고해도 대부분 행정종결로 처리되는데, 정황상 명확해도 당사자가 통신기록 같은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근로감독관의 적극적 수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신고 사건 중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5.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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