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규백 지부장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며 표적징계 무효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작업속도 상향 조치에 반발해 생산라인을 중단시킨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간부들에 대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와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1심에서는 노조간부들의 행위가 우발적인 충돌로 벌어진 것으로 보고 ‘부당해고’로 판단했지만, 2심에서 1심을 뒤집고 징계가 타당하다고 봤다.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지부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사측의 징계는 “표적징계”라며 “노조탄압을 바로잡는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중징계를 받은 이들 가운데 안규백 지부장이 포함돼 있는 만큼 지부는 “지부장을 포함한 조합원 징계를 끝까지 관철하려는 사측의 태도는 결국 한국지엠 노사관계를 파탄의 지경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이날 조합원들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사건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지엠 노사는 2020년 1월20일 부평2조립공장의 JPH(Jobs Per Hour·시간당 생산대수)를 24(1시간에 24대 생산)에서 26으로, 같은해 3월26일 26에서 28로 증산 시행했다. 같은해 5월 사측은 32JPH로 증산을 요구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사측은 지부에 2020년 8월26일부로 JPH를 30으로 변경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부 대의원 및 집행부 간부 30여명은 회사의 증산을 저지하기 위해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사측은 안 지부장 포함 노동자들에게 공장 임원실과 생산부문 부사장 집무실을 점거하는 등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내렸다. 안 지부장은 해고됐고, 노조간부 4명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2021년 7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안 지부장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기각하고, 나머지 노조간부들의 부당징계 구제신청은 받아들였다. 노사 각각 중노위에 재심신청을 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안 지부장에 대한 부당해고도 인정했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지난해 9월7일 한국지엠 사측이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등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 부장판사)는 “종래 부평2조립공장의 JPH 조정은 노조와 합의를 거쳐 시행됐고 사건이 일어난 2020년 8월26일 JPH 증산에 관한 의견 차이로 분쟁상태에 있었다”며 “이 사건 징계에서 노동자들에 대해 인정되는 징계사유는 노동조합에 의해 조직화된 근로자들의 항의 의사를 공동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충돌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생산라인 정지로 한국지엠이 약 8천600만원 상당의 고정비용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부는 2020년 9월1일 피해 회복을 위해 회사와 30JPH 시행을 합의해 생산차질은 근로 밀도 강화를 통한 추가 생산으로 만회됐을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2심에서는 원심을 뒤집고 징계가 징계재량권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10월10일 한국지엠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등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32JPH로 증산을 요구한 뒤 수차례 부서협의를 열고, 지부와의 간담회를 개최한 점 등을 고려해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회사의 정책에 관해 이견이 있는 경우 적법한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생산라인을 정지시키는 업무방해 행위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선 것은 쉽게 정당화할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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