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시가 2020년 고객센터 직접고용을 통보한 서울교통공사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는커녕 도리어 고객센터 정원 감축에 나섰다. 공사는 외부에 의뢰한 연구용역을 근거로 감축에 나섰다고 밝혔으나 연구용역 결과는 공개하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상한 서울교통공사
“정원 감축 연구용역 영업상 비밀”

공사는 지난달 17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를 통해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위탁용역 공고를 게시했다. 2025년 1월1일부터 2026년 12월31일까지 2년 동안 고객센터를 맡아 줄 용역업체를 찾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정원이다. 현재 공사 고객센터는 육아휴직자 3명을 포함해 정원 3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내년도부터는 정원 6명(18%)을 감축한 28명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현재 고객센터를 오전·오후 각 2개 조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는데, 6명은 사실상 1개 근무조에 해당하는 인원으로, 감축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사가 정원을 감축하기로 한 근거를 비공개한다는 점이다. 공사는 지난 6월 ‘고객센터 직무분석 용역’이라는 제목의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해당 연구용역의 목적은 “직무별 인력 재산정을 통해 적정인력 배치 방안 마련”으로 공사가 인력 재배치를 계획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는 해산된 공사 고객센터노조가 가입했던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는 지난달 공사를 상대로 해당 연구용역의 결과를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공사측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공사 영업상 비밀에 해당해 비공개 결정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지난 1일 <매일노동뉴스>와 통화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콜센터 업무 노하우 등으로 연구용역을 비공개하기로 했다”며 “연구용역 결과 인원 감축으로 결론이 난 것이 맞다”고 답했다.

“타 콜센터 대비 업무량 2배”
… 챗봇은 애물단지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인원 감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콜센터 업무의 분석과 조사를 거쳐 수행됐다. 특히 인공지능(AI) 챗봇을 도입하면서 상담 현장에서 느끼는 효과도 주된 내용이다. 연구용역은 외부 컨설팅업체가 수행했다. 하지만 지하철 고객센터라는 사업장의 특수성과 업무 내용에 대한 이해도는 현장의 상담사가 가장 높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현 서울교통공사로 통합하기 전 서울메트로 시절부터 고객센터에서 일해 온 엄민지(41) 고객센터장만큼 현장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엄 센터장은 “우리가 전달한 데이터로는 절대 인력 감축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며 “챗봇 도입 후 오히려 업무가 늘었다”고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고객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케이티씨에스(kt cs)가 업무를 시작한 2016년 4월부터 이날까지 지하철 노선 연장 및 개통은 총 18회 이뤄졌다. 반면 고객센터 정원은 지속해서 줄었다. 개통 구간이 생기면 공사 관할 구간이 아니더라도 1차 안내를 공사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맡게 된다. 때문에 업무량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지난 8년간 고객센터 월평균 민원처리량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6년 9만8천630건이던 민원처리량은 2018년 13만7천295건으로 폭증하다 2022년 15만4천306건, 지난해에는 17만589건으로 7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고객센터 정원은 2016년 23명에서 2017년 서울교통공사 출범으로 39명까지 증원했다가 2021년 34명으로 감축됐다. 그 사이 전화만 받던 상담사들은 문자·챗봇·어플리케이션(공사가 운영하는 ‘또타지하철’) 등 다각화한 채널을 응대하게 됐다. 열차 내 온도조절 즉 냉난방 기능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챗봇은 6자리로 된 열차 번호는 인식하지 못해 상담사가 2차 민원을 처리하기 일쑤다. 엄 센터장은 현재도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업무량 과중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반 콜센터에서 상담사 1명당 하루 200~300콜을 처리한다면 공사는 평균 400~500콜(문자·앱 포함)에서 많게는 1천건까지 처리한다는 것이다. 엄 센터장은 “공사는 공기업이면서 출산한 직원들이 출산전후휴가 급여도 신청하지 못하게 해 용역업체가 이를 전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정원을 감축해 이들이 돌아올 자리까지 없앴다”고 지적했다. 이어 “1명의 상담사가 오롯이 1명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9개월이 소요된다”며 “상담사를 육성하고 교육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 허무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20다산콜재단 통합해 정규직 전환하자”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가 2020년 고객센터를 직접고용해 정규직 전환하라고 통보한 기관 중 하나다. 서울시는 당시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기관별로 판단하라고 했다. 공사는 2021년 6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 1차 회의를 연 뒤 3년째 이후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공사와 서울시가 손을 놓은 사이 정규직 전환을 특혜로 바라보는 일부 직원들의 비난과 희망고문을 견디지 못한 공사 상담사들의 줄퇴사로 한때 고객센터 업무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서울시 각 기관에 정규직 전환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가 2020년 노동계 전문가, 시 산하 6개 투자출연기관과 함께 구성한 ‘서울시 민간위탁 심층논의 필요사무 통합 협의기구’는 당시 서울교통공사·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에너지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콜센터를 120다산콜재단으로 통합해 고용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기관별 고용은 불합리한 차별이 지속될 수 있고 120다산콜재단을 ‘전문상담기관’으로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정규직 전환되지 않은 서울시 출자·출연기관 상담사들을 120다산콜재단으로 통합운영하자는 제안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서울시의회 327회 본회의에서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을 실천하려면 (서울교통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직원을) 다산콜센터 직원으로 옮기면 된다”며 “각 기관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했던 일을 이어받아 다산콜센터와 함께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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