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만나 정국을 논의한다. 시선은 온통 공천개입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건희 여사’에 쏠렸다. 이날 국회에서는 김 여사 공천 개입과 선거 개입 의혹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가 출석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씨의 발언 수위에 따라 정국은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에서는 ‘보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야당 내부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거론된다. 당 차원에서 탄핵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국감 이후 ‘김 여사 특검법’을 앞세운 장외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당 “갈등 좋아하는 건 야당” 당부
윤-한 입장 팽팽한 가운데 강혜경씨 발언 수위 변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국정감사 및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21일 (윤-한) 면담 이후 당정이 다시 하나 되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갈등 분열을 유발할 수 있는 언행에 좋아할 사람은 바로 민주당 등 야당”이라며 “모두 상황을 엄숙히 인식하고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18일 밤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배우자를 “배 나온 오빠”라고 지칭하는 글을 올렸다. 김 여사와 명태균 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거론된 ‘오빠’ 표현을 연상케 해 김건희 여사를 조롱한 표현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한편 한동훈 대표는 이미 당 지도부 회의를 통해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절차 협조라는 일관된 요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21일 윤 대통령과의 한 대표의 회동에서도 같은 내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한 대표의 발언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자신이 지휘한 지난 16일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금정구청장·인천 강화군수가 승리를 하고,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는 데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정국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잡은 일정을 보면 대통령이 한 대표 말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통령실은 21일 오후 4시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와 면담 일정을 잡았다. 한 대표는 독대를 요청했지만 면담에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한다. 시간으로 미뤄 보면 현재로서는 만찬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적다.
변수는 2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강혜경씨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자 김영선 전 의원의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였던 강씨가 발언 수위에 따라 여론이 출렁일 수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추가 폭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대통령실에 “김건희 특검 수용하고 민생 집중해야” 압박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논의를 당 차원에서 한 적 없다”면서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대통령실에 압박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보다 낮은 국정지지율을 기록했다”며 “이번 조사 응답자 63%가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만큼 김 여사 문제는 특검에 맡기고 민생에 집중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내에서 나오는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는 의원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상황을 살피는 모양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탄핵은 당 차원에서 한 번도 논의된 바 없다”며 “일부 의원들의 개인적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선은 검사들을 탄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김 여사 불기소는) 검찰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건”이라며 “심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불기소 결정에 참여한 검사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심 총장과 이 지검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 등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나는 11월부터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겨냥한 장외투쟁 본격화를 예고한 상황이다. 11월2일 서울 도심에서 검찰의 김건희 여사 불기소 결정을 규탄하며 대규모 집회를 연다. ‘김건희 특검법’ 추진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더 논의해봐야 한다”면서도 “필요하면 장외에서도 정부를 상대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를 물은 결과, 22%가 긍정 평가했고 69%는 부정 평가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는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오기 직전의 박 전 대통령 지지율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갤럽의 2016년 10월 셋째주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긍정 평가는 25%, 부정 평가는 64%였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등 김 여사 의혹에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7%는 김 여사가 공개 활동을“줄여야 한다”고 했다. 조사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0.9%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