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노동자가 추락 사망한 한화오션에 대해 고용노동부 지방청이 내린 작업중지명령 범위가 너무 좁고, 작업중지해제 조치도 제대로 된 검증없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관할지청 출신 전직 근로감독관이 한화오션 자문위원이어서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15일 오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및 노동부 소속기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준휘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작업중지를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해서 실제 노동자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 형식적 작업중지가 되고 있다”며 “그러니 산재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화오션에서는 지난달 9일 하청노동자가 32미터 높이 선박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산재가 발생했다. 안전그물망이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노동청은 ‘컨테이너선 전체 라싱브릿지 설치작업’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달 10일 작업중지를 해제했다.
정 의원은 “그물망 밑으로 떨어진 사고기 때문에 라싱브릿지 작업이 아니라 떨어질 수 있는 모든 작업에 작업중지를 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또 국감장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보내온 영상을 틀며 “현장노동자 의견을 듣고 판단한 것이냐”고 물었다. 영상에는 안전망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상황들이 담겼다.
김준휘 청장은 “문제제기가 있어 어제(14일)부터 근로감독관 20명이 다시 감독에 착수했다”며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학영 의원은 한화오션 현장노동자들이 제보한 안전망이 고정되지 않은 모습의 현장 사진을 공개하면서 “심의위원회에서 확인을 하지 않은 거냐, 어떻게 작업중지해제 결정이 나오냐”고 김선재 부산노동청 통영지청장에게 질의했다. 김 지청장은 “근로감독관 2명과 안전전문가 2명이 9개 현장 중 2곳만 확인했다”며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가 확인돼 노동부 명령과는 관계없이 노사가 합동으로 바로 작업중지하고, 13일자로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현장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작업중지해제를 결정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이 의원은 한화오션의 로비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최근 통영지청 산재예방과 근로감독관 출신 인사가 한화오션 노동부 대응 자문위원으로 영입된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김준휘 청장과 김선재 지청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현직 통영지청 전직 근로감독관이 사측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게 확인된 만큼, 지방청에서 확인하고 오후에 답변해 달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