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산재 해결을 위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해고제도인 배송구역 회수제도(클렌징) 폐지에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국회의원들의 제안에는 즉답을 피했다.
10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퇴장한 뒤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정감사는 쿠팡 택배노동자 과로 산재에 집중됐다. 익일 배송인 로켓배송과 클렌징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클렌징 제도는 쿠팡 택배노동자가 제때 배송을 하지 못하거나, 고객이 요청한 프레시백이 제때 회수되지 않는 경우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제도다. 일자리를 없애는 해고와 마찬가지여서 노동자들을 고용불안과 과로에 내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홍용준 대표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 지금 말 못 해”
야당 의원들은 클렌징 제도를 없애라고 요구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LS는 심야, 고정, 연속근무를 하고 있는데 굉장히 이례적이다”며 “쿠팡에서도 이렇게 운영하는 건 부담이니, 관계자들이 모여 숙의 과정을 거쳐 심야노동에 대한 공적 규제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어떠냐,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클렌징 제도 자체가 속도나 수익률을 맞추지 못하면 해고하는 것이고,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클렌징 제도를 없앨 마음이 없느냐”고 물었다.
여당도 발을 맞췄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면 한번 참여하시라”고 제안했다. 클렌징 제도에 대해서는 “굳이 이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 없애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같은당 김위상 의원은 “유럽연합(EU)은 2003년에 야간 업무를 하루 8시간으로 제한한 근로시간 지침을 만들었다”며 “우리도 이런 사례를 참고해 과로사 방지를 위해 야간 업무를 8시간으로 제한하는 부분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위상 의원 역시 “업종의 특성을 살펴 사회적 대화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확답은 없었다. 홍용준 CLS 대표는 클렌징 제도에 대해 “배송 시스템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고객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클렌징 제도를 없앨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사회적 대화 의지를 묻는 질의에는 “참여 대상과 논의 대상 주제, 이런 것들이 정해진 다음에야 참여 여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참여한다면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지만 제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다고) 확답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노동부는 사회적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김민석 노동부 차관은 “민간 기업에 뭐라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심야 노동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쿠팡 산재사망자 유족에 죄송해”
야당 “김범석 의장 불러 쿠팡 청문회해야”
홍 대표는 국감장에서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그는 박해철 민주당 의원 질의에 “쿠팡과 관련된 업무를 하시다가 돌아가신 고인과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는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애도와 함께 죄송하다는 마음을 가진다”고 말했다. “개처럼 뛰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씨의 과로사가 이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로 인정됐다.
과로 방지를 위한 홍 대표의 책임 있는 약속이 나오지 않자 쿠팡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용우 의원은 “이 문제들은 국정감사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며 “관계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환노위에서 연속 청문회를 열어 숙의 과정을 거치고 사회적 논의 틀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 창업주이자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쿠팡Inc CEO겸 이사회 의장을 불러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홍용준 CLS 대표이사, 정종철 쿠팡풀필먼트(CFS) 대표이사는 3년째 국감에 출석했지만 현실은 바뀌는 것 없이 쿠팡에서 계속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이런 대표들을 세워 사법적 책임을 빠져나가는 쿠팡을 눈 뜨고 지켜볼 수는 없다. 김범석 의장을 증인 채택해서 쿠팡 청문회를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당 강득구 의원도 “사실은 김범석 의장이 나와야 했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위원님들과 추후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