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불법영업 실태를 고발해 논란이 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HCN에서 여전히 고의로 고장을 내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불법영업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HCN비정규직지부 “불법영업 폭로 이후에도 지속”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함께살자HCN비정규직지부(지부장 강지남)는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CN은 대국민사기 불법영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HCN은 자사 케이블방송·설치·수리노동자를 협력업체를 통해 고용하고 있다.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HCN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영업 실태를 폭로했다. 기존 고객이 보던 TV케이블에 ‘블랙필터’라는 채널(주파수) 차단 부품을 설치해 고의로 고장을 내고 다른 상품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동시가입(영업)’도 문제다. 고객이 1대의 TV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여러대 TV에서 방송을 볼 수 있는 고가의 상품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영업 방식이다.
지부는 지난해도 한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영업을 폭로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포항 등지에서 불법영업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원흥재 HCN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불법영업을 인정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랙필터를 설치하면 방송이 안 나오는데 AS팀에 접수가 이뤄지지 않고 영업팀에 문의해 고가의 상품을 팔도록 했다”며 “명백한 방송법 위반, 아주 악질적인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재허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 대표는 “지난해 그런 일이 있어서 시정조치 내렸고 이후에도 영업자(협력업체)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일탈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지부는 HCN의 불법영업으로 고가 상품을 원하지 않는 이들까지 높은 방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협력업체가 아닌 원청의 지시로 이와 같은 불법영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용문 희망연대본부 조직국장은 “케이블방송은 비싼 인터넷TV가 필요하지 않은 노인이나 서민들이 많이 선택하는데 그런 분들을 상대로 고가 상품을 유도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라며 “불법영업에 사용되는 블랙필터는 원청이 해당 상품을 주문해 제작한 것을 현장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원청의 개입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훈기 의원 “HCN 비정규직, 작업량은 1등인데 월급은 꼴찌”
지부는 이날 HCN이 2021년 노사가 맺은 고용보장합의서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회사는 HCN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고용형태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 “회사는 협력업체 종사자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협조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협력업체 소속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부는 지난 7월 HCN에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협의기구 제안 공문을 보냈지만 HCN은 “협력업체 요구가 있을 경우 당사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노조와 대화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지부는 HCN이 노사합의뿐 아니라 정부가 2021년 HCN-스카이라이프 인수 당시 내건 조건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스카이라이프 인수 조건부 승인하며 협력업체와의 상생방안에 대한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실적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국감에서도 이훈기 의원은 “HCN은 동종업계 타사에 비해 작업량은 1위로 2위 업체보다 2배 많은 수준인데 급여는 제일 낮은 수준”이라며 “어떤 대책을 내놓겠냐”고 질타했다. 원흥재 HCN 대표는 “케이블 사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본업을 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유상임 장관은 “변경승인 조건이 있는데 조건을 위반한 형태가 보여서 다시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HCN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에 “당사는 고용보장합의서 취지에 맞게 협력업체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 필터 오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해 당사는 즉시 이를 시정조치하고 해당 필터사용을 전면 금지했다”며 “이후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