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장기 논의 과제와 시급한 현안으로 구분해 향후 사회적 대화를 가동한다. 국회발 국민연금 개편 논의와 맞물린 정년연장 의제가 논의 앞줄에 자리 잡을 것으로 점쳐진다. 임금체계와 노동시간 유연화 개편 등은 연구회나 전문분과를 설치해 논의 밀도를 높인다. 이를 위해 위원회 논의구조를 대폭 개편한다. 노사정 대표자 회의는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지난해 12월14일 열린 비공개 회의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김 장관과 권 위원장이 지난달 취임한 후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사노위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열고 사회적 대화 논의 의제를 점검하고 경사노위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얼굴을 마주했다.

미래세대특위 3개로 분할
노사 이견 큰 사회적 대화 걸림돌 ‘노동시간·임금체계’ 별도 논의

현재 경사노위는 특별위원회인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의제별 위원회인 일·생활 균형위원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 고용위원회 등 모두 3개의 회의체를 가동하고 있다. 미래세대특위는 윤석열 정부가 던진 노동의제를 수렴한 성격의 핵심 회의체다. 산업전환·불공정 격차 해소·유연안정성 및 노동시장 활력 제고·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등 4개 의제를 다루고 있다. 논의 주제가 매우 광범위하다. 불공정 격차 해소 부문에서 노동계는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최저임금 차별금지와 확대 적용 등을, 재계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대기업 임금 안정화 등을 요구해 왔다. 노사관계 부문에서도 노동계는 초기업단위 교섭 촉진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을, 재계는 사업장 점거 금지와 대체근로 허용 등을 안건으로 제안했다. 노사 이견이 매우 커 미래세대특위 자체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날 대표자들은 미래세대특위를 3개의 위원회로 쪼개기로 했다. 기존 미래세대특위는 격차해소, 유연안정성, 노사관계 의제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노사 견해차가 큰 의제만을 남겨두는 셈이다. 특위 산하에 분과를 운영하고, 논의 시한이 더 필요할 경우 3개월 연장 운영한다. 11월29일 종료하는 미래세대특위 논의기간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전환 의제는 별도의 의제별·업종별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다. 신설하는 위원회 산하에 가칭 인공지능(AI)과 노동 연구회를 구성해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연구회는 노사정이 참여한다. 플랫폼노동도 별도 회의체를 구성해 논의한다. 의제별 위원회로 할지, 업종별 위원회로 설치할지는 미정이다.

일생활 균형위서 ‘유연근로시간제, 휴식휴가제’ 개편 논의
노동시간 유연화 개편안은 별도로 다룰 듯

노사정 대표자들은 이미 설치돼 있지만 노사정 의제만 확인한 수준의 일·생활 균형위원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 고용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일생활균형위는 저출생 대응 방안을 모색하면서 노동시간 제도 전반의 개편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여기서 논의할 노동시간제 개편은 정부의 노동개혁과는 다소 방향이 다르다. 권기섭 위원장은 대표자 회의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업종·직종·직무와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라서 근로시간에 대한 일률적 규율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근로자의 선택권도 보장하고 업종·직종에 따른 특수성도 보장할 수 있는 근로시간제를 어떻게 만들지가 논의과제”라고 설명했다. 저출생 대책으로 볼 수 있는 유연근로시간 제도와 휴식휴가 제도 개편, 정부가 제시한 연장근로 단위 확대와 같은 노동시간제 개편을 각각 분리하자는 것이 권 위원장의 구상이다.

계속 고용위는 앞으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회의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연금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정년연장 논의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의제가 됐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재계는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계속고용 제도를 선호한다. 계속 고용위는 국민연금 개편 논의에 맞춰 정년연장 논의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연말이나 내년 초에 도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 토론회 등 노사정이 함께 공론화 과정을 밟는다.

계층별위 청년위 신설해 의견청취 창구로 활용

노사정 대표자들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 따라 설치할 수 있지만 윤석열 정부 체제에서 가동하지 않았던 계층별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청년위원회를 조만간 발족할 계획이다. 청년위는 정년연장·계속고용·노동시간·격차해소 등에 대한 청년 의견을 청취하는 통로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원 추천과 구성을 두고는 경사노위와 한국노총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권 위원장은 지난 8월6일 취임사에서 “비정규직·청년 등 노동약자의 노동기본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 참여 주체와 참여 방법을 다양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대표자 회의는 경사노위 공식 회의·의결기구는 아니다. 주로 사회적 대화 논의가 꽉 막혔을 때 정치적 타협을 하는 형태로서 비정기적으로 열렸다. 앞으로 2개월마다 공식·비공식 회의를 한다. 경사노위 논의를 활성화하겠다고 노사정 대표자들이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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