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무직 제도화를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소희 기자>

우리나라처럼 유럽에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직이 존재한다. 차이가 있다면 독일의 경우 공무직도 일정한 승진·급여 인상 체계를 두는 등 제도적으로 안정된 고용체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채용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조차 발표되지 않는 우리나라 사정과는 사뭇 다르다. 공무직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함께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서둘러 공무직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 공공부문 노동자 66.4% 공무직
공무원과 한 사무실에서 같은 일”

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럽에서 공무직 제도화의 길을 모색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주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독일과 핀란드의 공무직 제도화 사례를 살펴봤다. 아르민 두틴 독일통합서비스노조(ver.di) 국내·국제 정책 담당이 현지에서 자국 사례를 실시간으로 발표했다. 독일은 중앙·지방정부를 합한 국가기관 노동자 대부분이 공무직이다. 2022년 기준 공공부문 노동자는 521만명으로 이중 66.4%가 공무원이 아닌 비공무원 종사자 즉, 공무직이다. 공기업이나 공공은행 같은 공공유한회사에도 147만명의 공무직이 고용돼 있다.

독일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공무직에 비해 공무원의 급여나 연금 조건이 더 좋다. 두틴씨는 “공무원을 고용하는 것은 부패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며 “다만 공무원과 공무직의 업무가 분류된 한국과 달리 독일은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같은 사무실에서 거의 같은 수준의 업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무원의 노동조건은 중앙·지방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파업권도 없다. 반면 공무직은 파업권이 있고 산별교섭으로 맺은 단체협약이나 노동자-고용주 간 개별 노동계약, 노동관계법에 따라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다.

승진·급여체계도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 공공부문 공무직은 일반적으로 근속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6단계의 승진 등급을 거치면 더 높은 급여를 받는다. 근속에 따라 자연스럽게 등급이 올라가지는 않으며 등급마다 직무도 다르다. 승진 규칙은 개별 고용계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공무직 전담 조직 설치해야”

독일뿐 아니라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18개 나라가 공무직을 공무원과 구분해 ‘공공 종사자’ 등의 이름으로 제도화해서 채용한다. 공무직 제도화란 법제화를 포함해 공무직의 안정적인 지위를 마련하기 위해 이들의 노동조건과 관련된 규정·가이드라인·업무분장 등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공무직은 공무에서 반드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소속기관 내에서 교육훈련은 없고 승진·승급 등의 제도도 없다”며 “이들에 대한 제도적 불인정은 공공서비스 질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2016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등을 통해 공무직 규모와 역할은 늘었지만 처우가 나아지거나 차별이 사라지진 않았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3월 정부기관 공무직 8천3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는데 응답자의 43.1%가 월 220만원 미만을 받고 있었다. 91.3%는 “스스로를 공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라고 평가하지만 공무수행 노동자로 존중받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38.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공무직에 적용되는 국가의 관리체계는 ‘공무직 등 근로자 인사관리규정 표준안’뿐이라 참고자료 수준에 머무른다”며 “기관이나 직종별로 인사·노무관리 기준이 달라 기관 간 공무직 노동조건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무직에게 직업적 존엄성을 보장하고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공무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부터 시작해 합리적 임금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공무직 직무별로 직종 분류체계를 마련해 임금과 근로조건 실태를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법령에 따라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공무원과 달리 개별교섭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공무직을 고려해 초기업 단위 산별교섭 설계해야 한다”며 “당장 산별교섭 법제화가 가능하지 않으니 과거 공무직위원회와 유사한 관리기구와 노사공동기구를 제도화해 공무직 논의를 이어가고, 정부는 공무직을 전담할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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