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임기 초 노동개혁이라며 ‘노조 때려잡기’를 해 왔던 정부는 여전히 노동계와의 관계가 소원하다. 고용노동부 장관에 반노조, 노조혐오 발언으로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불렀던 김문수 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임명했다. 노동계 숙원사업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에는 두 차례 거부권으로 대응했다.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64·사진)을 만나 노동계와의 관계와 노동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의원은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 16개 전국 시도지역본부 의장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노사 상생’을 추구해 왔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김위상 의원실에서 이뤄졌다.
“한국노총-여당 간 관계 개선 노력해 와
조직 택시노동자, 플랫폼·프리랜서만큼 약자”
- 국회의원 임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맡았나.
“노동자와 노동 관련 정책을 현실에 맞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여당과 한국노총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역할을 맡아 왔다. 한국노총 산별 대표자와 만나고, 김동명 노총 위원장과 식사를 함께하며 노동 현안을 고민했다.”
- 환노위에서 가장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 입법과제는.
“노동자 정년연장 문제다. 지금은 정년연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정년은 60세인데 연금은 65세부터 받을 수가 있는 ‘소득 크레바스’ 기간이 굉장히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두 자녀 이상이면 정년 1년, 세 자녀 이상이면 2년 연장을 보장해 주자고 노사정 합의를 거쳐 조례로 만들었다. 공공기관과 공사 등 출연기관에서는 시행되고 있다. 국회로 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보험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무게를 두고 있는 법이다.”
- 택시노동자 출신이다. 택시산업발전과 택시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계획은.
“택시산업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부에 목소리를 전달하려 한다. 산업 환경이 변화하며 택시회사는 꾸준히 어려움을 겪어 왔다. 수입이 줄어 노동자들이 떠난다. 택시회사에 사람이 없으면 택시는 차고지에 남고, 그러면 경영이 어려워진다. 남은 노동자들의 수입은 더 줄어든다. 악순환이다.
택시는 공공성과 공익성이 강한 산업이다. 비슷한 다른 산업은 정부 정책이 쏟아지는데 택시 정책만큼은 그렇지 않다. 역대 정부 모두 그렇다. 택시는 조직돼 있다지만 산업 구조상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만큼, 어쩌면 더 노동약자다.”
-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관심 분야는.
“산업재해다. 조금만 신경쓰면 예방할 수 있는 산재들이 발생한다. 점검이 필요하다. 처벌 목소리만 높은데, 근본적인 예방 과정 자체를 만들어가는 걸 고민할 때다.
임금체불도 신경쓰고 있다. 하루가 급하고 한 달이 급한 노동자들은 임금이 밀리면 생활이 망가진다. 택시노동자를 하기 전에 겪어 본 적이 있어 잘 안다. 노동자 임금은 체불하면서 자기 생활은 호화롭게 영유하는, 염치없는 사업자들이 분명 있다. 이들을 엄벌에 처해 임금체불이 없도록 해야겠다.”
“국회서는 사회적 대화 어려워, 경사노위 틀 소중”
“노사법치주의 정책, 정부가 유연하지 못했다”
- 정부는 ‘노사법치주의’가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했다고 하고 반면에 노동계는 건폭몰이, 전임자 근로시간면제 실태조사 등 노조 억압이라 주장한다.
“노사법치주의는 특권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다만 정부가 유연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조금만 유연했다면 갈등이 수그러질 수 있었다고 본다. 노동계와 소통이 많지 않았다. 물론 갈등이 없을 수 없겠으나, 치열한 소통을 하고 토론의 장을 많이 열었다면 이렇게까지 반발이 있었겠나. ‘우리가 이렇게 하니 따라오라’는 모습은 맞지 않다. 그렇기에 역대 정부가 노동개혁을 못한 것 아니겠는가.”
- 그렇다면 국회의장 추진 ‘국회 사회적 대화’ 가능성을 높게 보는가. 의장은 경사노위가 그간 정해진 대화 의제, 정해진 결론으로 운용돼 왔다며 국회 사회적 대화를 주장하는데.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국회 대화 대부분은 정쟁으로 흐른다. 국회는 당리당략이 존재한다. 대화의 핵심은 노사 모두 만족스럽진 않으나, 그 속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아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보라. 당리당략에 따라 다수당이 국회 일정을 독단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지 않나.
사회적 대화 틀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이어져 왔다. 이런 대화의 틀은 소중하다. 부족할 순 있으나 틀 안에서 여러 합의가 이뤄졌다. 노사가 틀 안에서 자주 만나고 논의할 수 있었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 경사노위원장 시절 김동명 노총 위원장과의 대화를 이끌어 냈지 않나. 노력하면 된다. 신임 권기섭 위원장도 대화 노력에 진심인 분으로 안다. 노사정 대표자 회의 정례화도 약속했다. 이곳에서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 정부가 미조직 노동자 보호 제도를 만들겠다며 ‘노동약자 지원법’ 발의를 약속했다. 노동계는 노사 상생을 위해 원청과 하청노동자가 대화하고 교섭할 수 있게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노조법 개정보다 노동약자 지원법이 필요한 이유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통과하면 소송이 남발된다. 현재 하청사업자들은 ‘바지’가 아니다. 법인도 대표도 원청과 다르다. 하청업체 사용자성이 부정돼 원청과의 교섭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 거다. 하지만 (노조법이 개정되면) 노동계는 원청을 대상으로 파업할 거다. 사업 경영은 안 될 거다. 경제가 망가질 것이 우려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반드시 노조법 개정안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한가. 노동약자 지원법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놓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으면서 노동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물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 중에서도 노동약자들이 상당히 많다. 택시노동자들, 환경 공무직 등과 같은 노동자가 그렇다. 제도권 내 노동자들도 노동약자로 분류될 노동자들이 상당히 많으니 이들을 보호할 제도 역시 필요하다.”
“사랑하는 노총 목소리
정치 반영 위해 고민할 것”
- 환노위에 한국노총 출신이 6명이다.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울산 동지들과 함께해 온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하면, 7명이 잘 알고 있는 의원들이다. 사적으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이 가질 수 있고, 실제로 노조법 개정안 국면에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계속 만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을 끈질기게 설득하려고 한다.”
-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한국노총을 사랑하고, 한국노총의 그늘 아래서 충실하게 활동해 왔다. 한국노총은 합리적인 노동운동 방향성을 제시하고, 노사가 함께 가고, 노동자의 요구사항을 정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려 하고 있다. 그걸 꾸준히 듣고 실제 정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김 의원은 한국노총에 마지막으로 당부의 목소리를 남겼다.
“노총이 더불어민주당에 편향돼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아무 피드백이 없는데 민주당은 노총이 원하는 것들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니 그런 듯한데, 정부·여당은 약속하면 반드시 하기 때문에 신중한 것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약속했지만 하지 못했던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고, 타임오프도 경사노위 논의로 넘겼습니다. 문 전 대통령과 정책연대협약을 하고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무엇을 받아냈습니까. 노총이 중립적으로 합리적인 요구사항을 던진다면, 많은 것을 논의할 수 있을 겁니다.”
글=임세웅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