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의 적정인력을 산정한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됐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연구용역을 맡은 컨설팅사는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 196.89명을 충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9호선 2·3단계 정원은 297명. 현원은 250명 내외로 추산된다. 정원의 66%를 충원해야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적정인력의 절반으로 지하철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지부장 김성민)에 따르면 연구용역 결과 총 부족 인원은 205명으로 드러났다. 산정된 인력의 소수점을 올림처리해 더한 것인데 승무직렬에서 28명, 역무직렬 63명, 기술직렬 104명, 관리파트 10명이 증원될 필요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용역은 9호선 2·3단계를 CIC(company in company·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시 예산을 받아 외부 컨설팅사에 의뢰한 것이다. 컨설팅사는 “현재 요구되는 안전 조치 수준이나 점검 주기, 매뉴얼은 타사와 동일하나 동일 업무량을 절반 수준의 인력이 수행하고 있어 9호선 2·3단계는 타사와 동일한 수준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보기 매우 어렵다”고 우려했다.
현장에서도 인력충원을 호소한다. 9호선과 수인분당선을 지나는 선정릉역의 정태진 역무원은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수인분당선은 역에 파견된 사회복무요원만 해도 8명”이라며 “수인분당선은 역무실을 무조건 1명이 지키도록 했지만 9호선은 사람이 부족해 역무실을 거의 비워 놓는다. 민원 응대도 어렵다”고 말했다.
인력부족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부가 타 지역 도시철도기업과 정원 현황을 비교한 결과 9호선 2·3단계가 역과 영업거리당 인력이 가장 적었다. 단순 정원을 비교한 결과지만 9호선 2·3단계는 역당 인력이 22.8명인데 비해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정원은 역당 60.3명, 부산교통공사는 38.8명, 인천교통공사는 42.8명, 광주교통공사는 46.2명이었다. 기관사의 일평균 열차운행시간 역시 서울지하철 1~8호선 대비 9호선 2·3단계가 하루 30분 이상 많았고, 운영구간 대비 인력 역시 1~8호선과 비교했을 때 킬로미터당 10명이 부족했다. 1~8호선과 비교했을 때 지하철 보안관이 담당하는 역의 개수도 9호선 2·3단계가 가장 많았다.
“CIC체제 때문에 인력 못 늘려”
인력부족은 9호선 2·3단계 개통 당시부터 제기된 문제다. 지부는 2018년 8월 서울메트로 자회사인 서울메트로9호선운영과 맺은 2018년 임금협약때부터 인력충원을 요구했다. 노사는 부대약정을 통해 그해 안에 적정인력 산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것을 합의했다. 인력부족의 근본 원인인 위탁운영 즉, CIC 체제 조기 해소를 서울시에 건의하자고 합의했다. 그해 9월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면담에서도 CIC의 조기 폐지와 인력충원 연구용역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건의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연구용역은 5년이 지난 2023년에야 시행됐고 지난달 발표됐다.
지부는 근본적으로 CIC 운영체제가 인력충원 방해 요소라고 지적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9호선 2·3단계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원래 9호선 2·3단계를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다 지난해 10월부터 공공위탁으로 전환해 서울교통공사에 운영을 맡겼다. 서울교통공사는 9호선 2·3단계를 직접 운영하는 대신 CIC라는 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운영했다. CIC 체제란 채용 등 9호선 2·3단계의 기본적인 운영은 서울교통공사가 하되 공사 직원과 2·3단계 직원은 직제나 취업규칙, 보수 및 인사규정 등을 달리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유정 지부 사무국장은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에 9호선 2·3단계 운영을 위탁하고 공사는 CIC로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라며 “지부가 인력충원을 제안하면 공사와 서울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발표한 적정인력 산정 연구용역에서도 CIC의 한계가 지적됐다. 컨설팅업체는 “9호선 2·3단계는 CIC 체제로 인력운영상 한계가 명확하다”며 “CIC 체제로 사업을 운영하므로 사용가능 예산에는 한계가 있어 인력을 비례해 늘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공사로서는 서울시 예산을 핑계로 대고, 서울시는 위탁 운영 주체를 공사로 보니 둘 중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서울시, 9호선 2·3단계 방치하나
지부는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서울시가 9호선 2·3단계 공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기적으로 서울교통공사가 9호선 2·3단계를 직접 운영하도록 추진하되 인력충원에 적극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에 위탁운영안을 내면서 역무·승무·기술·안전 4개 분야 정원을 58명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역무 분야의 경우 조당 1명이 배정돼 ‘1인 근무’를 하는 기존 변형 6조4교대에서 1조당 2명을 전제한 4조2교대로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같은달 11일 지부의 요청으로 서울교통공사와 지부, 서울시가 안전인력 증원 문제에 대해 면담을 한 터였다. 공사와 지부는 적정인력을 서울시에 노사 공동으로 요청한다는 협의서까지 썼다. 그런데 서울시는 해당 안을 반려했고, 공사는 이후 타협점인 3조2교대로 계획을 수정해 제출했다. 증원 필요인력은 58명에서 43명으로 축소됐다. 이후 서울시가 최종 승인한 증원 인력은 요구의 절반 수준인 2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공사와 지부의 요구를 담은 인력충원안을 서울시가 거부한 것이다. 지부는 2018년 요구한 적정인력 산정 연구용역 결과가 최근 발표됨에 따라 서울시에 전향적 입장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지부가 서울시에 보낸 면담 요청 공문에 서울시는 회신하지 않았다.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지부장은 “9호선 2·3단계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9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다른 노선에 비해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시민들 역시 9호선 인력부족 문제에 관심을 갖고 9호선 2·3단계 공영화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