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두고 재계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가운데, ‘파업을 조장한다’ ‘손배소송을 원천 봉쇄한다’ 같은 재계 주장에 대해 노동계가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 민주노총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총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을 만들기 위해 근거 없는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노조법 개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자의 실질적 손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원청 상대로 한 쟁의행위 상시화”
“노동조건 개선이 목적이지 쟁의행위 자체가 목적 아냐”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개별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손배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는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하청 노조가 끊임없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벌인다면 원·하청간 산업생태계는 붕괴될 것”이라며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쟁의해위를 조장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선 사용자 범위 확대로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가 상시화돼 산업현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게 목적”이라며 “쟁의행위를 목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노조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교섭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쟁의행위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용자 손배청구 원천 봉쇄”
“사용자 불법행위로 손해 발생시 책임 제한한 것”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원천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개정안은 노조법3조2항에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정기호 법률원장은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는 것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기인한 것”이라며 “경총 주장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계속해서 면죄부를 부여해 달라는 주장으로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법은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봉쇄하거나 제한하는 게 아니라 쟁의행위로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배상의무자별로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기호 원장은 “개정법은 사용자에 대해 일방적 양보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노동3권 자체를 사전적으로 봉쇄하고, 노조탈퇴와 부당노동행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개정법 공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어고은 기자
▲ 어고은 기자

민주노총 ‘거부권 행사 저지’ 도심 농성 돌입

한편 민주노총은 운동본부와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과 함께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2·3조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서울 도심 농성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또다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노조법 개정이 무산되면 노정관계는 다시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양경수 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어차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텐데 왜 그렇게 애를 쓰냐고 묻지만 거부권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며 “그것이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리는 크고 작은 돌팔매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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