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고정시간외수당(고정OT)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개인연금 회사지원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화재 통상임금 소송에서 개인연금 회사지원금은 인정하되 고정OT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법원 판단과 ‘정반대’ 결론이 나온 것이다. 또다른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자들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전기 등 노동자들도 잇따라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면서 최근 판결이 향후 삼성 계열사 통상임금 소송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 고정OT는 “통상임금”
수원지법 인정, 개인연금 회사지원분은 불인정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17부(재판장 맹준영 부장판사)는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노동자 3천85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소송에서 고정시간외수당(고정OT)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미지급 법정수당 약 40억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삼성디스플레이노조(1노조)는 2020년 12월 고정OT, 개인연금 회사지원분을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급여에 대해 월급제 노동자들에게는 고정OT와 개인연금 회사지원분을, 시급제 노동자들에게는 개인연금 회사지원분을 각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근로수당 등을 다시 산정한 뒤 이미 지급된 수당의 차액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4년 4월부터 ‘기준급의 20%’를 월급제(고정시간외수당)·시급제(자기계발비) 불문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괄 지급했다. 그런데 2019년 4월 인사규정 개정으로 월급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던 고정시간외수당 항목의 구체적 내용이 ‘기준급의 20% 상당액’에서 ‘평일 연장근로 20시간분’으로 변경됐다. 사측은 고정OT는 소정근로시간 외 월 20시간에 상응하는 연장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고정OT가 소정근로 대가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월급제 노동자들은 고정시간외수당을, 시급제 노동자들은 자기계발비를 지급받아 왔는데 수당 산정방식은 모두 ‘기준급의 20%’ 상당액으로 동일하다”며 “그런데 시급제 노동자들이 받는 자기계발비만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고정시간외수당을 포함하지 않은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인사규정과 근로계약서에 고정시간외수당을 ‘평일 연장근로의 20시간분’으로 명시했다는 사측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으면서 인사규정과 근로계약서를 피고에게 유리하게 제·개정할 수 있으므로 단지 고정시간외수당의 성격을 (그렇게) 명시했다고 해서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성’이 ‘고정시간외수당 해당금액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부터 제외되는 것’으로 곧바로 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인연금 회사지원분은 근로제공의 대가로서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 임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정 기준일에 재직 중일 것이 지급요건인 이상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하더라도 그 근로에 대한 대가로 개인연금 회사지원분이 당연히 지급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 해당 요건으로서 고정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21년 삼성SDI 대법 판결과 상반된 결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측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화재·삼성SDI 사건에서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대법원이 고정OT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같은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원지법은 고정OT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구체적인 내용과 회사의 임금체계, 그밖의 근로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삼성SDI나 삼성화재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삼성디스플레이와 다르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삼성화재 취업규칙에서는 기준급에 연장근로수당에 대한 임금 및 가산수당이 포함돼 있다고 명확히 일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이 2021년 11월 삼성SDI 소송에서 고정OT를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같은 그룹 계열사에 해당하고 ‘고정시간외수당’이라는 표현이 동일하다고 해서 삼성SDI 사건에서의 고정시간외수당에 관한 확정판결이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삼성SDI 취업규칙상 급여에 관한 규정에 고정시간외수당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점, 월급제와 시급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수당의 성격이 명확히 구분되는 점 등을 근거로 했다.

바이오·전기 등으로 번지는 소송

삼성SDI와 삼성화재에서 인정되지 않은 ‘고정OT’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삼성그룹 계열사 통상임금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삼성화재노조 조합원 15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은 현재 서울고법에 계류돼 있다. 다만 고정OT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아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지부(2노조)가 통상임금 소송단을 모집해 지난 2~3월 전·현직 5천190여명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고정OT는 청구 범위에서 빠졌다. 개인연금 회사지원금과 귀성여비만 포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열린지부는 청구취지 변경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초기업노조 설명에 따르면 노조에 소속된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부, 삼성전자(전 DX노조)지부, 삼성전기지부도 동일한 급여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각각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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