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뛴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쿠팡의 택배노동자가 일하던 현장을 점검하려던 국회의원들이 쿠팡에 가로막혔다.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30일 새벽 경기도 남양주시 진전읍에 위치한 쿠팡 남양주2캠프 정문 앞에서 모여 현장 방문을 하려 했으나 쿠팡측이 출입문을 차단해 결국 돌아서야 했다. 쿠팡 남양주 2캠프는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과로사로 추정되는 죽음으로 희생된 41세 쿠팡 택배노동자 정슬기씨가 일했던 곳이다.
새벽 3시께 쿠팡 남양주2캠프 정문 앞에서 현장을 점검하려는 의원단과 이를 저지하려는 쿠팡 사이 대치가 이어졌다. 쿠팡 관계자는 “절대 작업 환경을 숨기려는 것은 아니다”며 “현장이 너무 복잡한 상황이다. 통행로에 작업자들도 계속 움직이고 있고, 택배 자동분류기(휠소터)도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단은 “작업에 방해가 되거나 위험한 부분은 현장에서 상의해 처리하면 된다”며 “의원들은 노동자들이 왜 계속 사망하는지 분류 작업을 파악할 책무가 있고, 회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쿠팡측은 “언론과 다른 외부인 출입은 차단하는 것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정문을 걸어잠근 채 의원 출입을 막았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 우리가 제안을 했으면 다시 뭐가 (반응이) 있어야 할 거 아니냐, 문을 닫고 몇 시까지 버티겠다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강민욱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는 시간대가 3시30분까지인데 택배기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주지 않으려고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쿠팡이 끝내 정문을 열어주지 않자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과 환노위 의원들은 쿠팡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태도에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국회의원들이 점검하고자 한 공정들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지연을 하고, 시간 끌기로 일관하며 실질적인 작업 과정을 볼 수 없게 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오늘은 여기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철수하지만, 국회에서 대책을 세우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와서 현장을 점검하겠다는데도 가로막고 되돌려보내는데, 유가족과 대책위원회, 노동조합과 노동자들과 제대로 대화하겠는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안호영, 김주영, 박홍배, 박해철, 이용우, 민병덕, 권향엽, 박정현, 염태영 민주당 의원이 함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