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1차 하청업체 사외서열 작업자들과 파견관계에 있기 때문에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1일 ㈜비트엑스코리아 소속 황아무개씨 등 2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한국지엠은 2004년 초 비트엑스코리아와 서열·보급업무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황씨 등은 2004~2006년 비트엑스코리아에 입사해 조립공정에 필요한 부품·자재를 조달해 지정된 위치에 운반하는 보급업무, 부품·자재를 사전에 지정된 순서에 따라 늘어놓는 서열업무를 해 왔다. 서열·보급업무는 대부분 원청 공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하청업체 사업장에서 이뤄졌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지엠측은 작업이 원청 공장 밖에서 이뤄진 점을 강조하며 황씨 등이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작업 장소가 아니라 업무의 본질을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간접생산 공정으로 분류되는 서열·보급업무 역시 컨베이어 라인 생산일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 업무에 유기적으로 연동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기능적·기술적 관련성과 연동성을 무시한 채 황씨 등의 업무 본질을 평가할 수 없으므로, 각각 개별적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분업화된 공정을 나눠서 처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서열작업 장소가 사내인지 사외인지 사정은 황씨 등을 원청 파견근로자로 인정함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원청 공장이 좁아서 외부 사업장에서 서열업무가 이뤄졌다는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서열·보급하는 부품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경우 원청 공장의 공간이 협소해져 사외서열로 하거나 조립하는 공정의 여유시간이 비교적 긴 부품들을 사외에서 서열작업하도록 한 것일 뿐 사외서열 업무가 자동차 생산과정과 분리되는 독립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하청업체가 작업공간을 외부로 이전하는 데 원청이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며 “하청업체는 공장에 공간 여유가 생기자 서열업무 일부를 공장 안에서 수행했는데, 사내·사외 서열업무 사이에 특별한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004년 초 비트엑스코리아와 함께 서열·보급업무를 수급한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2016년 6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점도 언급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옳다며 사측 상고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