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윤 변호사(법무법인 신효)

1. 사건의 개요

문제가 된 사업장은 인천지역 시내버스 A회사다. 버스업종 관행에 따라 월 단위로 ‘만근일’을 정해두고, 만근일의 매 8시간 근로분은 기본급만 지급해 왔다. 소속 노동자들은 연장근로수당 계산 일부 누락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쟁점은 “월 단위 만근일을 전후한 근로시간 중 어디부터 연장근로시간인지” 등이다.

2. 통상 사업장의 소정근로시간·일 개념

근로기준법엔 “만근일”은 없고 “소정근로일”과 “개근”만 있다. 법 60조2항은 연차유급휴가일수 계산 기준으로 “계속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등에게는 1개월 개근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 시행령 30조는 주휴일 부여 요건으로 “1주 동안 소정근로일을 개근했을 것”을 요구한다.

“소정근로일”은 “노사 간 근로하기로 정한 날”이다. 어떻게 정할지는 노사 자율이다. 통상적인 사업장(1일 8시간·주 5일·월~금 출근)에선 보통 “주 5일” “1년 365일 중 법정휴일, 약정휴일, 주말(토·일)을 뺀 날”이다(다만 주 5일제 도입 후 “토요일”의 정확한 법적 의미에 대한 논란이 있다).

“소정근로시간”이란 “노사 간 정해둔 근로시간”을 말한다(법 3조1항8호). 어떻게 정할지는 노사 자율이다. 하지만 실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1일 8시간·주 40시간)을 초과하면 연장근로수당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그래서 통상적인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 개념 그대로 소정근로시간, 소정근로일을 정해 두는 편이다. 즉 소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주 40시간”이고, 소정근로일은 “주 5일로, 법정휴일·약정휴일·주말을 뺀 날”이다. 일·주 단위로 법정근로시간과 일치하므로 소정근로일이나 소정근로시간 개념이 따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3. 시내버스업 특성 고려한 월 단위 만근일 개념

가. 격일제 사업장의 경우

시내버스 사업장은 특유한 근무패턴 때문에 기초적인 근무조건 규율도 법적으로 매우 복잡한 경우가 많다. 시내버스 사업장에선 “만근일”이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관행으로 사용한 것이기에 현업 분야에서도 그 정확한 개념이나 유래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다만 법적으로 따지자면 만근일은 결국 “월 단위로 정해 둔 소정근로일”이 된다.

통상 사업장들은 통상의 영업일(월~금)과 영업시간(오전 9~오후 6시) 동안 근무한다. 반면 시내버스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주말·공휴일에도 계속 운행해야 한다. 이로 인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과거에는 대부분 격일제 근무였다. 보통 기사들이 각자 홀수날조와 짝수날조로 나뉘어 기사 1인당 1일 16~19시간씩 운행한 뒤 다음날 출근하지 않고 쉬는 형태다.

한 주는 7일로 구성되므로 어떤 주는 4일, 어떤 주는 3일을 근무하게 된다. 그러므로 “주5일제”와 같이 주 단위로 소정근로일을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한편으로 법정휴일·약정휴일·주말에도 운행해야 하므로 통상적인 사업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소정근로일의 범위를 정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월 단위로 정한 소정근로일인 “만근일” 개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 비격일제·교대제 사업장의 경우

다만 격일제는 과로를 유발하는 데다, 매 근무일마다 1일 8시간 초과 근무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대법원 2014다5098호 판결, 서울 대원교통 사건 등). 정확한 계산을 다투는 소송이 늘었고, 2018년 3월20일자 개정 근로기준법 59조1항1호 단서가 “특례업종(연장근로시간 제한 한도인 주 5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할 수 있는 특수한 업종)”에서 시내버스 분야를 제외하면서 격일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각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강화됐다. “저녁이 있는 삶” 등 장시간 근로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도 늘어났다.

그래서 전국 시내버스 사업장들이 2000년대부터 비격일제·교대제로 변경하는 추세다. 사업장마다 다르지만 흔한 형태로는 기사들이 오전·오후조로 나뉘어 근무하는데, 여전히 월 단위 만근일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 비격일제ㆍ교대제에서도 주 단위로 모든 기사들이 안정적ㆍ고정적으로 매주 5일 근무하고 2일 쉬는 근무패턴을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다. 만근일의 변화 추이

구체적으론 지역·사업장마다 다르다. 큰 틀에서는 주로 주 단위 법정 근로시간제의 변화에 조응해 왔다. 주 48시간 근로제 시절에는 월 13일(격일제)·월 26일(비격일제), 주 44시간 근로제 시절에는 월 12일·월 24일, 주 40시간 근로제 도입 후에는 월 11일·월 22일이 많았다. 현재 서울과 인천 시내버스 회사들은 대부분이 비격일제·교대제 근무형태다. 만근일은 월 22일이다.

4. 만근일과 연장근로수당의 계산

사업장들 대부분 만근일 내 하루 8시간 근무는 모두 기본근로로 보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계산해 보면 그 안에 연장근로시간이 포함됐을 수 있다.

A회사는 비격일제·교대제 근무형태로 1일 9.5시간 근무, 만근일 월 22일로 정한 사업장이다. 그중 1일 8시간 초과분, 주 40시간 초과분이 연장근로시간이다(서울 대원교통 사건 등). 다만 주 40시간 초과분을 주 단위로 산정하기엔 계산상 불편이 있다. 편의상 환산하면 월 단위 법정근로시간은 173.8시간이다(1주 40시간×월평균 주수 4.345주=173.8시간, A회사는 주휴수당을 별도 지급하고 있으므로 그 부분은 계산에서 제외).

A회사의 노동자 B가 한 달 동안 하루에 9.5시간씩 근무일수를 더 해나갈 경우, 연장근로시간 계산은 아래 표와 같아진다.

흰색(ⓐ항)은 만근일 내에 매월 하루 8시간씩 기본근로를 수행한 시간이다(총 173.8시간). 검은색(ⓑ항)은 만근일 내에 매일 1.5시간씩 수행한 1일 8시간 초과 연장근로시간이다(총 31.5시간). 빗금(ⓒ항)은 22일차 최초 5.8시간 근무 후부터 발생하는 주 40시간(월 173.8시간) 초과 연장근로시간(또는 사내 규범에 따라 휴일근로시간)이다. 즉 월 만근일을 22일로 규정할 경우, 22일차 근무는 최초 5.8시간이 경과하고 나면 이후의 근로시간 모두 주 40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이 된다. 그런데 A회사는 22일차 최초 근무 8시간분 전부에 대해 기본급여만 지급해 왔다. 하지만 위 표에서 보듯 22일차 근무일의 최초 근무 8시간분 중 후반부의 2.2시간은 주 40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이다. 1심 재판부는 이 부분 위법성을 확인하고 위 2.2시간분에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했다.

5. 시사점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각자 사업장의 근로시간제나 임금체계 규율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체계는 사업장마다 조금씩 다르다. 월 단위 소정근로시간,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해 본 뒤, 연장근로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또는 휴일근로수당)이 모두 지급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 개정을 통해 시내버스 업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시내버스 업종에서도 주 52시간 초과근무가 법으로 금지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강요하거나, 규제를 회피하고자 변칙적인 근무·급여 체계를 이용하는 사업장들이 있다.

업종 전반의 차원에서는 만근일 제도에 대한 고민·재설계가 필요하다. 현재 쓰이는 월 22일 만근일 체계는 1심 판결이 인정한 것과 같이 연장근로시간 일부를 누락하는 측면이 있다. 이 사건에서 쟁점으로 다루지는 못했지만 2018년 3월20일 개정 근로기준법 55조2항에 따라 관공서 공휴일 규정에 따른 공휴일들이 민간회사에서도 법정유급휴일로 변경된 점 또한 반영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인 사업장들은 소정근로일을 산정할 때 법정휴일을 제외하지만 시내버스 사업장은 만근일을 산정할 때 이를 무시하고 있다. 대중교통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장시간 근로에 대한 사회 인식과 관련 법제 변화를 고려해 근무체계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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