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국으로 단독 추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ILO가 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기본권을 신장시키고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 한 부분들을 보여준 결과”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 장관은 지난 11일 오전(현지 시각) ILO 총회가 열리는 스위스에서 진행한 고용노동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21년 만에 우리가 ILO 이사회 의장국으로 단독 통보됐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단독으로 의장국 후보가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변이 없는 한 총회가 끝나는 15일부터 의장국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ILO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되면 내년 6월 열리는 이사회까지 대략 1년간 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윤성덕 주제네바대사가 의장 후보다. 한국 정부가 ILO 이사회 의장을 배출하면 2003년 정의용 당시 주제네바대사에 이어 21년 만이다.
“윤석열 정권 약자 보호, 사회적 대화, 노동개혁 국제적 인정”
이정식 장관은 “(ILO 기본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 비준에 맞춰 노동관계법을 바꿨고, 이후 (윤석열 정권에서) 후속 조치로 약자 보호, 사회적 대화, 노동개혁을 추진한 것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라며 “노동기본권 신장, 사회적 대화 활성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줬고,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정과 기대가 종합해 작용한 결과로 이런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에 대해 국제 사회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자평한 셈이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차등(차별)적용 문제를 두고 노사가 충돌하는 데 대해서는 관망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최저임금법에 업종별 구분이라고 명확하게 법에 돼 있는데 그걸 차별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차별을 하면 나쁘다는 생각에 기대는 프레임이다”고 주장했다. 구분적용을 차별적용이라고 이름 붙여서 반대 여론을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정식 장관은 “최저임금위 위원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우리 영역(노동부)이 아니다”며 “공익위원 9명을 노사가 어떻게 설득시키고 자기주장에 타당성을 가지고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ILO 관례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배려 차원
한국노총 “지나친 의미 부여 볼썽사납다”
한국노총은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국 사실상 내정된 것과 관련해 “의장국 위상에 맞는 책임과 무게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국제 사회에서 평가받은 것이라는 이정식 장관의 자평에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13일 성명에서 한국노총은 “이사회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이만큼 잘해서 됐다’고 인정받았다기보다는 그 위상에 맞는 책임과 무게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장관 말대로라면 21년 전인 2003년에 한국 대표가 의장직을 맡았는데 그 당시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노동기본권 향상 수준과 정부 노력을 인정받은 것인가”라며 “ILO 이사회 의장국이 된 것을 비하할 것도 아니지만, 지나치게 의미를 부풀리는 것도 볼썽사납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와 노동계는 한국 정부의 이사회 의장국 내정이 ILO 관례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노동개혁이라며 밀어붙였던 정책들은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며 “대한민국이 ILO 이사회 의장국이라는 위상과 명예에 부끄러운 수준이 아닌지 돌아보고, 노조법 2·3조 개정 등 노동기본권을 바로 세우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