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 장기화로 의료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진짜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의사수 증가만이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1·2·3차 병원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구분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고 자원의 불균형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올바른 의료개혁과 돌봄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국민건강보험노조·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조와 서영석·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 등이 공동주최했다.

“주치의제 도입해 1차 병원 강화
3차 병원은 중증·응급·입원 중심으로”

이번 전공의 이탈 사태를 계기로 대형병원을 중증·응급·입원 중심으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차 의료서비스 체계가 미흡하고 동네의원이 영세한 탓에 환자들의 대형병원 선호현상이 심해질수록 의료자원 불균형과 병원 간 양극화는 심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거주권 내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완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하고 연계와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전 국민 주치의제 도입을 통해 1차 의료를 강화하고, 중증·응급·입원 중심으로 3차 의료 역할을 명확하게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 팀장은 “3차 의료 역할 명확화를 위해 경증 환자 외래 진료시 의료기관 페널티 같은 보상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중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국 42개소 중 50%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며 “비중증환자는 지역 2차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2차 병원 기능 강화가 필요하고,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보장을 위해 시·도 권역 수준에서 3차 병원이 있어야 하며, 중증진료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합의 거쳐 개혁 동력 확보해야”

2차 병원인 지역거점병원이 담당하는 지역을 행정구역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봉구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이사장은 “그 지역 환자가 갖고 있는 질병과 발생하는 사고 등에 대해 통합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필수의료분과가 개설돼야 하고 응급실·중환자실 등도 필요하다”며 “지역거점병원이 담당하는 ‘지역’은 행정구역과 일치시키고 시·군·구별로 1개 이상 지역거점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 추진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복준 실장은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적 절차성 확보가 미진했다는 점”이라며 “주류 의사 집단의 비민주적 행태와 이들의 기득권 유지에 대한 사회적 질타로 인해 개혁 동력이 유지되고는 있다지만 의료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려면 사회적 협의 기구 같은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 민주당 의원도 “공론장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로드맵 확보가 가능하다”며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역할을 국회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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