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해양경찰이 지난해 3월 세월호 민간잠수사의 의료비 부정수급 의혹을 이유로 민간잠수사 의료비 지원을 까다롭게 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변경했다. 그 결과 지난해 4~12월 민간잠수사 의료비 지원금은 2022년 대비 1.45% 수준으로 크게 쪼그라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해경은 당시 제기한 부정수급 의심 사례를 현재까지 조사하지 않고 있다. 근거가 불명확한 ‘부정수급 의혹’을 이유로 의료비 지원 문턱을 높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정수급 의심 사례 2건에 지침 변경

19일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부상 민간잠수사 의료지원금 지원 지침’이 개정된 뒤 해경이 민간잠수사에 지급한 의료비는 255만3천870원에 그쳤다. 지침 개정 뒤 의료비를 신청한 잠수사는 3명이었다. 2022년 12명의 민간잠수사가 1억7천553만2천320원(지급년도 기준)의 의료비를 지원받은 것과 비교하면 1.45% 수준이다.

지난해 민간잠수사에게 지급된 의료비 총액은 1억2천475만5천620원으로 14명이 지원을 받았다. 해당 금액은 2023년 3월14일 지침이 개정되기 전 청구한 의료비를 포함한 금액으로, 지침 개정 후 청구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해경은 지난해 3월 해양경찰청 중앙기술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월호 민간잠수사의 질병·부상·후유증이 현장 구조 활동과 업무수행성·기인성이 있다고 판정되는 경우에만 의료비를 지원하도록 ‘세월호 부상 민간잠수사 의료지원금 지원 지침’을 바꿨다. 해경 설명에 따르면 심의위에는 잠수의학·정신의학·법률 등 관련 분야 전문가 5명이 참여한다.

민간잠수사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뒤 진료비를 수납하면 사후 청구를 통해 해당금액을 돌려받는 식이다.

지침 개정 전에는 별도의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민간잠수사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비 지원 대상자임을 확인 후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식이었다.

“절차 복잡해, 개인 돈으로 병원 다녀”

문제는 지난해 초 해경의 지침 개정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잠수사 1명당 최대 1억8천만원의 치료비를 지원받거나, 치과 치료비로 건당 1천만원 규모의 치료를 청구한 사례가 있었는데 해경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결과 부정수급이 의심된다며 지침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부정수급 의심 사례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해경은 두 부정수급 의심 사례가 부정수급으로 인정된 것인지 묻는 <매일노동뉴스> 질의에 “해양경찰청에서는 상기 언급된 사례와 부정수급을 의심해 조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해경은 “지침 개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기관 협의 및 잠수전문의 자문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바뀐 지침으로 잠수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14년 4월22일부터 6월24일까지 사체 수습에 나선 김상우 잠수사(52)는 “6개월~1년치 진료기록을 모아 의료비를 청구할 때 한꺼번에 서류를 첨부해야 하는데, 세월호 관련성을 입증하는 의사소견서를 받아야 한다”며 “새로운 병원에 가게 되면 세월호 참사 때 일한 사실을 알리고, 의사한테 (소견서를) 부탁해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또 잘 받아주지도 않는다.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해서 우리가 세월호 잠수사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되게 복잡해졌다”고 전했다.

김상우 잠수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 과정에서 사고를 당해 7월 초 목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 종합병원,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주기적으로 다닌다. 최근 1년치 의료비를 올해 3월에 신청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지난달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잠수사 김순종씨도 “지난해부터 병원에 가면 우리가 돈을 먼저 내고, 나라에 청구하라고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며 “청구할 줄도 모르겠고, 그냥 개인 돈으로 약을 사서 먹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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