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진료 축소에 따른 경영악화가 병원 정규직뿐 아니라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규직 대상으로 무급휴가에 이어 희망퇴직 신청까지 병원이 받기 시작하면서 ‘사직은 의사가 했는데 의사가 아닌 직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정규직은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가·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과 달리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본인들 의사에 관계없이 노동시간이 줄어들거나 일감 자체가 사라져 생계난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미화용역업체 평일·주말 연장근무 ‘미시행’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미화용역업체가 지난달 19일부터 ‘화물조 감축운영(안)’에 따라 평일·주말 연장근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화물조는 병원 외래·병동 등 모든 구역 폐기물을 수거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주 6일제로 평일엔 1시간, 주말엔 1.5시간 연장근로를 고정적으로 했는데 연장근로 자체를 폐지한 것이다. 또한 해당 업체 소속 청소노동자 30여명 중 일부는 주 6일제가 아닌 주 5일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병원과 위탁계약을 맺은 미화용역업체 청소노동자 대부분은 최저시급을 받는다. 연장근로가 사라지면 그만큼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병원 용역노동자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 새봄지부의 김진영 지부장은 “이전에 연장근로를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20~40만원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임금은 삭감됐지만 업무범위가 확대되면서 노동강도는 오히려 커졌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기존에 한 명이 한 건물에서 두 층을 맡았다면 현재 한 명이 세 층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김진영 지부장은 “업체 설명대로라면 환자가 줄면서 의료폐기물·생활쓰레기 양도 줄어들었으니 담당 구역을 넓힌 것인데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실상 폐기물·쓰레기 양은 동일한데 이동이 많아져 노동강도는 세졌다”고 말했다.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은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이고 간호사 등 일반직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지부에 따르면 의사를 제외한 직원 약 7천명 중 3천여명이 무급휴직을 사용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빅5 가운데 이번 전공의 이탈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간병노동자 월 소득 반토막, 일감 없어 생계난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간병노동자들은 환자 감소에 따른 일감 축소와 소득감소로 인해 생계난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통 직업소개소를 통해 환자를 알선받은 뒤 환자에게서 직접 간병료를 받는데 환자가 줄어들면서 이들의 일감 자체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환자 입원 기간에 맞춰 24시간 일하고 일당(13~14만원)을 받는 만큼 일감 축소는 소득 감소로 귀결된다.

20년 넘게 간병일을 해온 한영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강원대희망간병분회장은 “이전에 월 250만원 정도를 벌었다면 현재 100만~120만원 정도밖에 못 버는 것 같다”며 “일감 자체가 줄어들어서 강원대병원에서 일한 간병노동자 60% 이상은 쉬어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의정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여서 노동자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한영란 분회장은 “앞이 안 보이니까 답답해 죽겠다”며 “의정 간 정쟁으로 제일 말단에 있는 간병노동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진영 지부장도 “총선 이후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금으로선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다”며 “코로나19·메르스 때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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