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집값 떨어질까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잇따른 부실공사 재해가 이어지면서 안전이야말로 ‘프리미엄’이 된 것 같아요.”
건설노조가 지난해 9월부터 운영 중인 ‘부실시공119’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입주를 앞두거나 거주 중인 시민들도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현장 안전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실공사 신고, 우중타설 가장 많아
건설노조는 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9월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부실공사119’에 접수된 49건(31건 건설노동자, 18건 입주예정자 혹은 거주민 제보) 중 ‘우중타설’이 19건(38.7%)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비 오는 날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빗물이 섞여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지고 균열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자이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도 그 원인 중 하나로 콘크리트 강도가 지목된 바 있다. 붕괴사고 이후에도 부실공사를 부르는 우중타설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건설노동자들도 부실공사와 안전사고 위험이 커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지난 1월8일~9일 조합원 2천6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권 이후 건설현장 노동안전보건 상태’와 관련해 응답자 절반이 넘는 56.4%가 ‘위험해졌다’고 답했다. 실제로 안전사고 발생 정도도 ‘빈번해졌다’고 답한 경우가 50.9%로 절반이나 됐다. 건축상태에 대해서도 ‘부실해졌다’고 답한 경우가 61.3%였다.
노조는 불법도급이 만연해지고 숙련공 고용상태가 불안해진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 이후 건설노동자 숙련공 고용상태’에 대해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7명(71.6%)였다. 불법도급 정도 또한 ‘매우 만연해졌다(100% 불법도급)’이 36.7%로 가장 많았고, ‘만연해졌다(70% 이상 불법도급)’가 35.1%, ‘보통이다(전과 같다)’가 26.8%로 뒤를 이었다.
5년간 형틀목수로 일했다는 김상윤씨는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면서 원도급사-하도급사의 ‘더 빠르고 더 싸게’ 지을 수 있는 불법하도급 불법시공 카르텔 구조가 강해졌다”며 “서울에서 아파트를 짓는 철근공의 90%는 이주노동자인데 ‘싼값’에 비숙련공으로 현장을 채우다 보면 부실공사 문제가 만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자체 법적 책임 다하고, 숙련공 양성에 나서야”
이들은 건설노동자 안전은 시민의 안전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부실공사는 건설노동자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붕괴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노조를 적대시하는 현장 분위기에서는 안전감시 등 노조활동을 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는 “아파트를 제대로 짓는 것과 건설현장 안전, 시민의 안전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며 “건설현장에서 적정임금이 지급되고, 무리한 속도전을 강요하지 않는 ‘일터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감독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조는 “지자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발주자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지자체장은 지자체의 경영책임자이고, 건설기술진흥법상 인허가기관장은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에서 부실 정도를 측정하는 등 품질관리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며 “지자체가 법에서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부실공사 근절 및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숙련공 양성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