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과 노조 간부 등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명단으로 만들어 취업을 제한해 블랙리스트 논란이 벌어진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계는 CFS뿐 아니라 여러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들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블랙리스트와 유사한 장치들을 이용해 왔다며 근본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 통제 수단으로써 블랙리스트
공공운수노조는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플랫폼 기업에서 노동자 통제도구로써 블랙리스트’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양경규·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쿠팡노동자는 블랙리스트가 ‘노동을 통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CFS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지난달 언론을 통해 공개됐지만 현장에서는 암암리에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현장 관리자들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암시하며 현장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지시와 노동자들의 노동을 통제해 왔다고 증언했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일용직·계약직 모두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어 리스트에 오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실적을 압박하는 등 자발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했다”며 “현장 관리자에게 과도하게 충성하거나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참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노동을 통제하는’ 플랫폼은 CFS뿐이 아니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고객과 언쟁하면 ‘락(접근금지)’을 걸어버리는 대리운전 플랫폼, 배정된 콜을 취소하면 계정을 정지하는 음식배달 플랫폼도 자체적인 블랙리스트를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징계·해고 조치는 사실상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노동자에게 공개해야만 하고 절차와 기준에 맞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대리운전 노동자나 라이더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이런 조치들이 ‘(영업기밀인)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규제를 피해간다.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해야
CFS, 배달, 대리운전 플랫폼의 이러한 블랙리스트 운용은 헌법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열 변호사(법무법인 훈민)는 “CFS의 블랙리스트는 취업방해 금지를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목적 외 이용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배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표준약관이나 단체협약 등 연성화된 규범만 가지고는 당사자들이 취업제한 같은 불이익을 당했을 때 처리에 소요 시간도 오래 걸리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현장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본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포괄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수열 변호사는 “근본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는 방향이 맞다”며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명시적인 사유를 고지하도록 일용직과 계약직, 특수고용직을 보호할 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민규 집행책임자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와 다른 범주로 묶어서 보려는 게 문제”라며 “쿠팡처럼 다수의 일용직을 사용하거나 노동관계법을 회피하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장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