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해 총선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목표로 통합형비례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대응한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직후 민주의 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열어 주시리라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고민했던 표현을 인용해 최종 결정을 밝힌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 취지를 살리는 통합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며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해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총선을 지난 총선과 같은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자당 후보들만을 넣은 위성정당을 냈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달 ‘국민의미래’라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지난 선거와 같은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자당 의원들과 범진보세력을 포괄하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치렀다.

쟁점은 두 가지로 전망된다. 첫 번째는 민주당이 어느 정당까지 포괄하느냐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진보 4당을 품지 않았다. 정의당은 독자적인 방향을 고집했고, 진보당과 녹색당은 민주당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녹색정의당은 지난번과 달리 민주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지난 총선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두 번째는 비례 순번을 어떻게 정할지다. 향후 민주당 내 비례대표 번호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과 원외 소수정당 후보들 간 갈등이 전망된다.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원외 소수정당 후보들에게 앞번호를 배치해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반발하는 사태가 있었다.

다만 올해 총선은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준연동형을 적용했던 지난번과 달리 비례대표 47석 모두에게 준연동형이 적용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30석에만 준연동형을 적용하던 조항은 지난해 선거에 한정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 비판을 받았던 위성정당 창당 논란에는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약속드린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해 결국 준 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 드린다”며 “같이 칼을 들 순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결정도 저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국민만 믿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정치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수정당 배려 명분은 껍데기고 실제로는 의회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단 소신마저도 오늘 아침 없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위성정당을 준비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