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는 14일 오후 서울·세종·부산·광주 등 전국 4개 거점에서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14일 오후 서울·세종·부산·광주 등 전국 4개 거점에서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14일 오후 5시부로 산별파업을 종료하고 현장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르는 실익보다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요구에 대해 정부가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면 2차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혀 불씨는 남은 상태다.

노조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후 5시부터 현장교섭·현장파업으로 전환한다”며 “파업을 계속하는 지부를 제외한 조합원들은 산별파업 투쟁 종료에 따라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복귀 시점은 각 지부별 노사 협의에 따르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 6개월간 총력투쟁과 2일간의 산별 총파업투쟁을 통해 노조 요구를 충분히 사회공론화했고 국민 지지를 끌어냈다”며 “의료현장의 인력대란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시행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확인한 점도 성과”라고 평가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때 환자 불편이 가중되고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중앙산별총파업투쟁본부 회의를 통해 이러한 방침을 확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 늦춰졌는데 파업 중단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기까지 진통이 컸던 탓이다. 나순자 위원장은 “가시적·구체적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산별파업을 중단하는 것이 맞냐는 의견도 많았다”며 “하지만 다음주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환자 불편이 더 심각해질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설득했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세 차례 만나 면담
“합의서 남기진 못했지만 파업 이전·이후는 다를 것”

노조는 “지난 13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만나 노조 총파업 7대 요구 쟁점사항을 전달하고 실효성 있는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파업 전날인 12일과 이날 복지부 관계자와 두 차례 별도 실무 면담도 진행했다. 노조가 내건 7대 요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를 비롯해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 대 5 제도화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지원 확대 △9·2 노정합의 이행 △노동개악 중단 등이다.

노조는 정부와 교섭을 통해 합의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면담을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확대를 위해 현행 병동별에서 의료기관별로 서비스 제공으로 전환하고 내년에 종합병원부터 우선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노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간호사 대 환자비율은 간호등급제에 따른 배치기준을 중환자실의 경우 2단계 상향, 상급종합병원 일반병동은 ‘1.5 미만’ 기준으로 한 단계 상향하고 ‘1.0 미만’ 상향 시행 여부는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코로나 전담병원 지원은 실태조사를 통해 연구·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주호 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정부의 대노조 방침 자체가 불법파업,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어렵다는 것이었다”며 “정부가 노조와 교섭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관점 때문에 자연스러운 협상과 교섭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원장은 “빈손 복귀가 아니다”며 “파업 이전과 이후 관련해서는 상당 부분 (시기가) 당겨지고 (이행 로드맵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4일 오후 서울·세종·부산·광주 등 전국 4개 거점에서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14일 오후 서울·세종·부산·광주 등 전국 4개 거점에서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광주시립요양병원은 파업 계속할 듯

이날 오후 5시부터 현장교섭이 재개되면서 교섭상황에 따라 사업장별로 파업에 나설지 중단할지 달라질 전망이다. 나순자 위원장은 “파업이 확실시되는 곳은 부산대병원·양산병원, 광주시립1요양정신병원·광주시립2요양병원”이라며 “그외 다른 곳은 교섭이 진행돼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로 산별파업은 종료되지만 복지부가 시행을 늦춘다면 2차 산별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정부가 인력대란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해법 마련을 회피하거나 소홀히 한다면 노조는 2차 산별총파업 및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불편을 느끼신 환자와 국민들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불편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가 정상화되고 의료서비스 질이 좋아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5시 전까지 노조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 6만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등 필수유지업무에 투입되는 조합원 1만5천여명을 제외한 실제 파업 인원은 4만5천여명이었다. 이날 박민수 2차관은 3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노조의 파업에 대해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을 멈추고 환자와 국민들의 곁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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