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소리를 많이 하게 됐어요.”
10년간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한 이윤경(가명·48)씨는 지난 2월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마트 휴업일이 주말일 때 모친의 팔순을 기념해 잡아둔 가족행사로 최근에도 골머리를 앓았다. 가족들이 함께 쉬는 주말로 행사를 잡았는데 그날이 ‘휴무일’이 아닌 ‘근무일’이 되면서 동료에게 사정해 휴무일을 바꿔야 했다. 이씨가 입사할 때부터 마트는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에 문을 닫았다. 가족행사도 지인과의 모임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지난 2월부터는 눈치를 보고 양해를 구하는 일이 됐다. 이씨는 “근무 조정으로 얼마든지 일요일에 쉴 수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지역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변경이 시행된 지 두달이 지났다. 일요일 휴무가 사라진 마트노동자들은 사회가 움직이는 일반적인 사이클과 본인의 스케줄이 일치하지 않는 데서 관계 소외 등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지역도 조만간 평일변경을 시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2일 <매일노동뉴스>가 2012년 의무휴업 도입 이후 11년 만에 일요일이 사라진 대구지역 마트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남들 쉴 때 쉬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 또한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증언이다. 대구의 또 다른 마트에서 일하는 박윤자(51)씨는 평일변경 시행 이후 지인·가족과 시간을 맞추는 게 어려워 아예 약속을 잡지 않는다. 박씨는 “가족 행사나 지인 모임은 보통 주말에 할 수밖에 없는데 계속 나한테 맞추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답답해 하면서도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교회를 다니는 이윤경씨는 평일변경 이후 종교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요일에 오전조로 스케줄이 짜져서 나온 경우 근무조를 동료와 바꾸지 않는 이상 교회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주말에 고객이 몰리는 만큼 일요일 근무에 따른 노동강도가 세진 점도 문제다. 또 다른 마트에서 가공상품을 진열하는 정홍영(50)씨는 주말에는 매대에서 상품이 ‘빠지는’ 속도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그 속도에 맞춰 물품을 채우고 정리하다 보면 녹초가 되곤 한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월요일마다 전단지 상품을 새로 채우는 작업을 해야 해서 전보다 2~3배는 더 지친다고 전했다.
청주시는 이날 오전 임시청사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었다. 참석 위원 대부분은 평일변경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시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매월 두 번째·네 번째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 고시할 계획이다. 노동자 의견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한 갈등도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