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리찾기유니온

대구시 동구 한 건설현장에서 마루시공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노조는 고인이 약 4개월간 주말 없이 하루에 10~12시간을 일해 과로로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몰아치기 노동’의 전형인 마루시공 노동자의 노동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마루노조(위원장 최우영)와 현장관리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구 동구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A(49)씨는 지난 21일 오전 8시께 현장 근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무런 연락 없이 출근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료가 숙소를 방문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경찰 조사에서 외상 흔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20년간 고인과 함께 일했다는 현장관리자 B(52)씨는 “일주일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며 “병원에 가 보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 아프다고 해서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A씨와 4개월간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한 최우영 위원장은 지병이 없던 고인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려 과로로 숨졌다고 주장한다. A씨는 지난 4개월간 평일엔 오전 7시부터 오후 6~7시까지, 주말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했다고 한다. 주말도 없이 한 달에 하루나 이틀만 쉬었다는 것이다.

마루시공 노동자는 발주자-건설사-마루회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평당 단가(1평당 1만원)를 받고 일한다.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프리랜서로 위장해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다고 노조는 지적해 왔다.

A씨의 ‘몰아치기 노동’은 공기가 짧다는 구조적 문제와 무관치 않다. 마루시공은 전체 작업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입주가 임박한 시점에 공사가 시작되고 1~2개월 정도로 공기가 짧다. 하루 10~12시간씩, 주 70~80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다. 최우영 위원장은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일 못하는 사람으로 찍혀서 다음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근로기준법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장시간 근로 실태가 포착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4대 보험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은 지금도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며 “장시간 근로에 대한 압박은커녕 유연하게 풀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면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위험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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