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계 반발에도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를 밀어붙인 정부·여당이 결국 재검토에 들어간다. ‘몰아치기 노동’과 소득감소를 우려한 노동계 반발에 밀린 모양새다. 그러나 주 69시간까지 가능한 노동에 대한 원점 재검토보다는 포장만 바꿔 장시간 압축노동체제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재검토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입법예고안은 주 52시간 한도 체제에서 1주 12시간으로 정해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노사합의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총량을 분배해 쓸 수 있도록 했다. 기업에 일이 몰릴 때 연장근로시간을 당겨 사용할 수 있도록 ‘주 12시간’이라는 연장근로 한도를 없애는 게 핵심이다.

연장근로 총량관리제가 ‘근로시간 선택권 강화’라는 당정의 주장은 먹히지 않았다. 노동부가 “몰아서 일하고 저축한 휴가로 제주도 한 달 살이도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연차도 못 쓰는데 장기휴가를 어떻게 가냐”는 비판에 곧바로 묻혔다. 지난 9일 권기섭 노동부 차관도 나서 “근로시간 개편안이 시행되면 주 4일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른바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역행"이라며 비판에 동참했다. 장시간 노동에 부정 여론이 확산하며 국정 지지율까지 30%를 밑돌자 결국 윤 대통령이 ‘재검토’ 카드를 꺼냈다.

양대 노총 비판에 귀 막은 노동부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만나면 소통?

그렇다고 연장근로 총량관리제 ‘백지화’는 아니다. 정부 근로시간 개편방안에 비판여론을 보도한 언론을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가정에 기초한 왜곡된 주장”이라고 13일 반박자료를 냈던 노동부는 이날 대통령 지시 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여전히 “일부 비현실적 가정을 토대로 잘못된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청년 세대가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근로만 늘어나는 것 아닌가, 일한 후 과연 쉴 수 있을지 우려한다”며 “제도 개편방안의 내용과 우려하는 문제에 충분히 정확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가짜뉴스’ 탓을 했다.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뉴스와 세대 간 소통부족으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부족하다면 더 소통하고 연구해 올바르게 입법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원수가 200만명이 넘는 양대 노총의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던 정부와 여당은 6천명이 가입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잇따라 만나 ‘소통’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협의회는 이달 16일 국회에서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토론회를 열고, 이정식 노동부 장관과의 만남 일정도 조율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가 원점 재검토인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젊은 근로자 피를 빨아먹는 것처럼 돼 있다”며 “이상하게 변질된 부분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예고안 6월 국회 제출, 입법 일정 바뀌나

다만 일부 입법예고안에서 일부 보완될 가능성은 있다. 대통령실은 “MZ 세대의 의견을 듣고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보완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환노위 여당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장시간 근로를 방지할 수 있는 캡(상한)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애초에 다음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이날 대통령 지시로 재입법예고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