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 회의실에서 연 2023년도 사업계획과 요구안, 투쟁계획을 밝히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9·2 노정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7월 산별파업을 예고했다. 2021년 9월 노정합의를 통해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기로 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행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생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7월 산별파업을 포함한 올해 사업계획을 정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확대하고,
간호사 대비 환자수 줄여야”

노조의 핵심 요구는 인력문제 해결이다. ‘병원비보다 더 비싼’ 간병비 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2026년까지 20%씩 늘리고 일반병동은 간호사 1명이 보는 환자수(1대 5)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PA 간호사’ 같은 불법의료 근절과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사인력 확충도 요구했다.

이는 이미 2021년 9월2일 노조가 보건복지부와 도출한 노정합의에 담긴 내용이다. 합의에 따르면 300병상 이상 급성기병원에 대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2022년 상반기 중 마련하고 2026년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간호등급차등제를 간호사 1명당 환자수 기준으로 상향 개편하는 안을 2022년 내 마련해 2023년에 시행하는 것도 포함됐다. 그런데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참여 대상인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1천500여곳 중 633곳(42.2%), 병상 24만8천400여병상 중 6만7천병상(27%) 참여에 그치고 있다. 간호등급차등제 개편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올해 시행이 불투명해 합의가 실종될 공산이 크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의사인력 확충에 대해서도 의정협의만이 아닌 사회적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정합의에 “의정 및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역, 공공, 필수분야에 적당한 의사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마련 추진한다”고 명시한 만큼 이를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2년 만에 재가동된 의정협의체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면서 가동 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다른 보건의료인력 기준도 단계적으로 마련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정부가 간호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6개 직종에 대한 직무실태조사를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정인력 기준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별교섭 제도화 5만 입법청원운동 전개

노조는 이날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 7개 직종대표자들에게 ‘7+2 회의’를 공식 제안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초고령사회 간병 문제와 환자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확충이 필요한데 노조만의 투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보건의료노조와 의료노련, 의사협회·간호사협회·간호조무사협회·방사선사협회·임상병리사협회·물리치료사협회·작업치료사협회 7개 직종협회장이 함께 의견을 모아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외에도 산별교섭 제도화를 위한 ‘5만 국민입법청원운동’을 전개한다. 중소 병·의원 노동자를 위한 노동기본권 교섭도 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병원협회를 대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계속 추진한다.

노조는 다음달까지 11개 지역본부와 200개 지부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산별파업 투쟁계획을 포함한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이후 다음달 2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요구안과 교섭방침을 구체화한 투쟁계획을 결정한다. 5월부터 산별교섭을 시작한 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6월 말 전 지부가 쟁의조정신청을 하고, 7월 중순 산별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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