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연맹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맹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 콜센터 민간위탁 계약기관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비스연맹>

공공기관이 민간에 위탁한 콜센터 계약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163개 공공기관 콜센터 위탁계약에 124개 민간업체가 참여했고, 전체 계약금액은 1조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위 10개사가 시장점유율 82%를 차지했다. 경쟁입찰을 거쳐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지만 몇몇 소수업체가 돌아가면서 전체 파이를 나눠먹는 구조로 보인다. 독과점으로 인해 민간업체의 인건비 빼돌리기 같은 ‘중간착취’가 이뤄지기 쉽고, 상담사들의 열악한 처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위 3개사 시장 절반 차지
계약기간 ‘1년 이하’ 60.5%

서비스연맹은 지난 5년간(2017~2022) 공공기관 콜센터 민간위탁 계약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하거나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등록된 계약현황을 토대로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과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가 조사하고 국민입법센터가 분석했다.

조사 결과 163개 기관이 운영하는 콜센터에 124개 민간업체가 참여했고 전체 계약금액은 1조7천560억원에 달했다. 2018년 고용노동부 민간위탁 전수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규모보다 훨씬 크다. 노동부는 콜센터 민간위탁 사무를 65개, 종사자를 4천734명으로 파악했다.

서비스연맹 조사에서 계약 방식은 경쟁입찰이 67.9%로 수의계약(31.4%)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계약기간은 ‘1년 이하’인 경우가 60.5%였고, ‘6개월 이하’로 좁혀도 19.3%나 됐다.

124개 민간업체 가운데 상위 3개 업체(효성ITX·KTis·KTcs)가 시장점유율 절반(51.4%)을 차지했다. 상위 5개사로 보면 66.5%, 상위 10개사로 보면 81.8%였다.<그래프 참조> KT계열사만 놓고 보면 공공기관 콜센터 민간위탁 시장에서 28.6%를 차지했다. 별도 법인이지만 업무영역에서 큰 차이가 없고 사실상 KT의 지휘·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KT계열사를 1개 기업으로 간주할 경우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은 62.4%가 된다.

상위업체들은 수백억원대 계약부터 소액 계약까지 가리지 않고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 미만 소액계약 186건 중 상위 20개사가 42.5%를 차지했다. KT계열사로 봤을 때에는 14%였다. 업계 1위 업체인 효성ITX의 경우 3천만원 계약부터 245억원 계약까지 수주했다.

전국 7개 지역에 12개 센터를 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계약현황을 보면 14개 업체가 나눠먹기 계약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맺은 전체 162건 계약 가운데 새로운 업체와 계약하는 신규계약은 한 건도 없었다. 공개입찰방식으로 2년 단위로 계약을 진행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특정 업체와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단은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 5년간 4천678억원의 계약을 맺어 금액 면에서도 공공기관 중 1위를 차지했다. 다른 공공기관 콜센터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 빼돌리고, 강제 퇴사에 근무지 변경까지

소수 업체가 돌아가면서 공공기관 콜센터 업무를 수탁하고 전체 파이를 나눠 먹는 구조에서는 상담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업체가 중간에서 돈을 빼돌려 상담사들이 업무가 과중되거나, 잦은 업체 변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저임금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세상담센터 민간위탁업체가 상담사 인력 부풀리기로 원청에 인건비를 과다 청구한 문제가 드러났다. 국세청은 같은해 6월 해당 업체를 상대로 2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국세청 홈택스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권경미씨는 “교육자 명단에 퇴사한 직원과 육아휴직자가 마치 교육을 들은 것처럼 서명이 돼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봤다”며 “업체는 국세청에 60명이 상담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40~50여명이 근무했다. 이를 감추기 위해 연차사용이 제한됐고, 목표콜을 채우지 못하면 휴식시간을 갖지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

하는 일은 같지만 소속이 달라지면서 고용불안을 상시적으로 겪고 근속 연수를 인정받지 못해 경력이 쌓여도 저임금에 시달리기도 한다. 김윤숙 서비스일반노조 한국장학재단지회장은 “2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어서 고용불안은 물론이고 근속도 인정되지 않아 한 달에 183만원 수준을 받는다”며 “본인 의지에 관계 없이 강제로 퇴사를 하게 되거나 근무지가 바뀌어 왕복 4시간씩 출퇴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호소했다.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은 “공공기관이 지불하는 1명당 월 평균 도급단가는 335만원 정도인데 상담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220만~260만원 수준”이라며 “민간업체 핵심 노하우가 시간당 콜 처리 건수 같은 노무관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 차액은 업체들의 중간착취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운영위원은 “1조7천억원이라는 시장 규모를 봤을 때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직접수행이 아닌 민간위탁 형태가 유지되는 이유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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