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6일 출범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구보다 기업을 걱정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목표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국민 부담이 어떤 것인지 과연 제대로 짚어 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탄소중립이라는 것이 우리 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감축으로) 산업경쟁력을 희생하는 게 아니라 환경 분야에서 오히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컨트롤타워에
“탄소중립, 어쩔 수 없이 이행”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우리가 과거 탄소중립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는데 국민과 산업계에서 어리둥절한 바 있다”며 “과학적 근거도 없고 산업계의 여론 수렴이라던가 (하지 않고)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했다”고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어찌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해야 한다”며 등 떠밀려 탄소중립녹색성장위를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는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로,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과 녹색성장 추진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날 32명의 민간위원을 신규 위촉해 출범했다. 지난 정부에서 1명뿐이었던 노동계 대표는 이번에는 아예 빠졌다. 공동위원장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을 맡은 김상협 카이스트 부총장이 임명됐다.
대통령은 이들에게 기후정의보다는 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탄소중립이라는 것이 우리 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혁신과 기술 발전이 따라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상협 민간위원장은 “녹색기술은 반도체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예측가능한 범위에서 체계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민간과 지방이 주도하는 탄소중립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첫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학과 합리성에 기반해 온실가스 감축의 연도별·분야별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실행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발 물러선다. 한 총리는 “탄소중립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의 변화와 혁신이 주체가 돼야 한다”며 “정부는 재정, 세제, 연구개발(R&D), 규제혁신 등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와 이명박 정부에서 설치된 ‘녹색성장위원회’를 하나로 합친 탄소중립녹색성장위 행보도 ‘갈지 자’가 예상된다. 이날 첫 회의에서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전략’과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술혁신 전략’이 논의됐다. 우선 탈원전 기조를 폐기하고 원전이 포함된 전원믹스를 구성한다. 이미 발표된 대로 원전의 경우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2030년까지 운영 허가가 만료할 예정이었던 10기의 원전을 계속 운전한다. 반면 현재 57기를 운영 중인 석탄발전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노후 석탄발전기 20기를 폐지하기로 했다. 무공해차, 재생에너지, 수소산업,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핵심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미래시장을 창출·선도하는 데도 민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지역맞춤형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정례회의체를 운영하는 등 지방이 중심이 된 탄소중립 정책에 방점이 찍혔다. 이를 뒷받침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조례 제정, 지방위원회 구성, 2027년까지 100개 지원센터 설립으로 지방 탄소중립 정책을 위한 이행 체계가 구축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