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출근한 대리운전 노동자 김종호씨는 콜이 너무 오지 않아 휴대폰을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대리기사용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 혹은 자기 휴대폰에 오류가 있는 줄 알았다. 애플리케이션을 지웠다 다시 깔아도 문제는 계속됐다. 뉴스를 보고 뒤늦게야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다는 사실을 안 그는 한 푼도 벌지 못한 채 자정을 훌쩍 넘겨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에도 일하지 못한 그는 카카오톡이 일부 복구돼 대리기사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기 시작한 17일에야 일을 시작했다.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플랫폼운전자지부가 24일 오전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조합원 피해 사례다. 카카오는 월 2만2천원인 유료 카카오T 프로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리기사만 6일 치에 해당하는 이용료 4천260원을 보상하겠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일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상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 일하는 대리기사에 대한 보상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대리기사들이 실제 입은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는 18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접수한 382명의 피해사례를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348명(91%)이 “일을 배정받지 못해 소득이 없었다”고 답했다. 25명(6%)은 “업체나 고객과 연락이 불가능해 일에 차질이 생겨 소득에 피해가 있었다”고 답했다. 3% 정도만이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다. 대리기사들이 이틀간 일하지 못하거나, 업무 차질로 입은 평균 피해액은 평균 17만8천원으로 나타났다.
조기두 노조 부위원장은 “카카오를 기반으로 생계활동을 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애플리케이션 마비로 호출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며 “카카오는 유·무료 서비스 여부로 나누지 말고 카카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리운전 노동자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실수입을 보상기준으로 책정하라고 주문했다.
정부와 카카오가 재발방지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카카오는 먹통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 오류에 대한 사고 안내와 대응 방안 매뉴얼을 조속히 마련하라”며 “정부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플랫폼 대기업에 대해 사회적 영향력과 비례하는 책임을 지게하고, 플랫폼 이용 노동자 보호 방안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