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의 로지소트프 인수를 두고 대리운전 노동자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대리운전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한 로지소프트의 사업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담합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플랫폼운전자지부(위원장 이상국)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티맵은 로지를 완전히 새로운 중개프로그램으로 환골탈태시키고, 그 과정에서 종사자단체와 지속해서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리운전시장은 이용자가 카카오·티맵 등 앱을 통해 대리기사를 부르는 방식과 전화로 요청하는 방식, 두 가지로 운영된다. 전화를 통한 방식이 전체 시장을 3분의 2 이상 점유하고 있다. 로지소프트는 이용자가 전화로 대리기사를 요청하면 ‘로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기사에게 콜을 배정하는 업체다. 전화를 통한 수도권 대리운전 시장의 70%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로지는 대리운전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다. 수행목표치를 이행하는 대리운전 노동자에게만 성수기 시간대에 배차하거나, 노동자가 배정(콜)을 취소하면 일정시간 주문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다양한 불이익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건당 수수료뿐만 아니라 로지 프로그램 사용료도 매월 받고 있는데, 다양한 콜을 받으려면 두세 개 프로그램을 설치·사용해야 한다는 원성도 자자하다.

이상국 위원장은 “티맵 인수로 로지가 환골탈태한다면 대리운전시장의 실질적인 혁신이 될 수 있겠지만, 로지가 티맵을 등에 업고 더 큰 위세를 부리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며 “티맵은 로지 쇄신위원회를 구성해 노동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가 기업들의 담합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로지 등 대리운전업체는 최대 30%에 이르는 고율의 수수료와 대리운전보험·프로그램비 명목으로 갈취를 일삼고 있다”며 “이런 불합리한 문제를 정리하지 않는 티맵과 로지의 합병은 대리운전시장을 모두 삼키겠다는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티맵모빌리티는 로지소프트를 약 547억원에 인수했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로지 프로그램과 티맵이 보유한 서비스·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모빌리티 대행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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