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파업 이후 대리점 곳곳에서 노사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계약해지 적법성을 다툰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계약해지가 효력이 없다고 봤다. 전국택배노조가 계약해지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이어 추가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4일 노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41민사부(부장판사 황정수)는 CJ대한통운 신방화대리점주가 노조 조합원 7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2일 기각했다. 해당 대리점주는 조합원들이 파업 동참 이후 집화·배송업무를 하지 않자 4월 갱신거절을 통보한 뒤 대체인력을 고용했다. 조합원들이 대체인력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취지로 가처분을 신청냈다. 당시 쟁의권이 없는 신방화대리점 조합원들은 규격에 맞지 않은 택배 물량에 대해 개선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동참했다.
쟁점은 계약해지의 적법성 여부였다. 대리점주측은 해당 조합원들이 위탁계약이 해지돼 사업장에서 작업을 할 수 없는데도 사업장에 출입해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고, 노동자측은 계약관계가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이 정한 해지절차를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에 따르면 계약해지 시 택배서비스 종사자에게 60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해야 한다. 그런데 대리점주는 2월17~18일 “불법파업에서 탈퇴해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위탁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한 뒤 60일이 지나지 않은 2월25일과 3월4일 위탁계약의 확정적 해지를 통보했다.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협상대상이 아닌 근로조건 변경을 주장하면서 파업을 했다는 대리점주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채무자(택배기사)들이 채권자(대리점주)의 책임범위 밖에 있는 사유로 파업을 했던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노조를 대리한 김은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생활물류서비스법상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때 계약해지 효력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