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지난 16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언론은 ‘윤석열 정부 1호 노동 법안’이라고 떠들었지만 사실 이번 개정안은 십수 년에 걸친 특수고용 노동조합의 제도개선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결과다.

90년대 말부터 노조로 뭉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법·사회보험법상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는 유보하면서 산재보험 특례적용이라는 ‘보호 대책’을 제시했다. 그리해 2008년부터 산재보험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가 시행됐다. 이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 등 요건을 충족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중에서도 시행령으로 열거된 일부 직종에만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산재보험이 특례적용되는 직종은 2008년 4개로 시작돼 현재 14개로 조금씩 확대해 왔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특수형태 노동자는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특수형태 특례는 ‘하나의 사업에 노무 제공’이라는 이른바 ‘전속성’ 기준을 통해 복수의 사업을 위한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보호 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래서 대리운전·배달대행처럼 둘 이상의 사업자로부터 일감을 얻는 노동자들은 사실상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번에 환노위가 의결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이런 전속성 기준을 포함한 특수형태 특례를 폐지하는 대신 ‘노무제공자에 대한 특례’를 신설했다.

이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해도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산재보험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령으로 적용 직종을 열거하는 방식이 존치됐기 때문이다.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처럼 근로계약이 아닌 형식으로 노동자를 사용하는 직종·업종은 계속 변모하고 있는데, 몇 년마다 서너 개씩 적용 직종을 추가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법적용으로는 이런 노동현실을 따라잡을 수 없다.

게다가 이번 환노위 의결안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한 노무제공”이라고 규정해, 서비스 이용자 개인과 직접 노무제공 관계를 맺는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사를 예로 들면, 의료기관이 제공해야 마땅할 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환자 개인과 노무제공 관계를 가진다는 이유로 산재보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필수노동자’로서 돌봄노동의 사회적 중요성이 제기됐지만, 정작 돌봄노동자의 안전·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인 산재보험은 여전히 배제되는 것이다.

또한 환노위 의결안은 “플랫폼 운영자”를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플랫폼 종사자의 노무제공을 중개 또는 알선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일거리를 단순히 알선하는 것으로 플랫폼업체를 전제하면, 플랫폼업체는 쉽게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배달대행 플랫폼이 직접 노동자와 노무제공 관계를 맺으면 법령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하지만, 중간에 관리업체를 끼우면 사용자 책임을 전가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플랫폼노동의 간접고용화를 한층 더 부추기게 될 것이다.

2020년 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의 노무제공 대가를 플랫폼업체가 결정한다는 응답이 42%를 차지했다. 이처럼 플랫폼업체가 보수를 결정하는 등 노무제공의 조건을 지배하는 경우, 현재 유럽에서는 플랫폼업체를 노동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추세다. 이번 환노위 의결안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플랫폼업체는 사용자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이번 환노위 의결안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가로막고 있던 ‘전속성 기준’이라는 하나의 빗장은 풀었지만, 변모하고 있는 특수형태 노동자에게 차별 없이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산재보험 적용을 위한 법 개정 논의가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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