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중국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비정규 노동자 현장 증언대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정소희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 저임금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기획재정부의 각종 지침으로 지목했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지침이 공기업과 준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돼 구속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합의가 돼도 지침이 인건비·사업비 등 기관 예산을 통제하는 탓에 실질적인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들은 공공운수노조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 비정규 노동자 현장 증언대회에서 “정규직에 비해 임금을 차별받고 있지만 기재부 지침 때문에 노사합의로 처우를 개선하기 어렵다”며 “기재부와 교섭해야 할 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재부 예산지침 폐기와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2천600여명은 28일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 6주기에 맞춰 파업에 돌입한다.

환경부 공무직의 실질 사용자는 기재부?

환경부 소속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은 4대강 정비사업이 이뤄진 지역에 각각 4개 물환경연구소를 두고 있다. 연구소마다 50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는데 20%는 공무원 신분 연구직이고, 나머지 80%는 공무직 연구원이다. 공무직 연구원들이 수행하는 4대강 수계관리 연구사업은 10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의 인건비는 아직도 예산상 사업비 항목에 속한다. 근로계약서에도 ‘사업이 없어질 경우 예산 문제로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무기계약직 공무직이지만 언제든 해고의 위협에 놓여 있다.

고용불안은 처우개선도 막는다. 물환경연구소 공무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노조를 결성해 현재 환경부와 임금교섭을 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예산 총액이나 인건비를 올리려면 기재부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답할 뿐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사업비에서 공무직 연구원의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이들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는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전환됐고, 최대 100여만원의 월 임금이 삭감됐다. 연구직 공무원은 여전히 호봉제를 적용받아 공무직 연구원의 박탈감은 더 크다.

김정환 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금강물환경연구소지회장은 “교섭 자리에서 사측인 환경부는 ‘기재부 지침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한다”며 “기재부를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교섭 자리에서 ‘환경부가 할 수 있는 건 뭐냐’고 물어도 ‘기재부 지침에 맞게 임금을 인상하지 않았느냐’는 답변뿐”이라며 “노사 교섭의 위상을 올리려면 실질적 권한을 지닌 환경부 장관이나 기재부 장관과의 교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합의했지만 최저임금 받는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어렵게 노사가 합의해도 기재부 지침 때문에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있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서 고객센터·역무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70일 넘는 파업 등을 통해 2020년 한국철도공사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 “모·자회사 간 계약시 낙찰률을 87.8%에서 100%로 상향해 지급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인상 수준이 기재부의 예산운용지침 기준보다 상회한다는 이유로 임금인상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가 기타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도 이 지침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정아 철도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장은 “역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예비율이 전혀 없어 교대근무자가 병가나 연차를 사용하게 되면 대체근무가 필요한데 대체근무수당 지급이 총액인건비 제도에 가로막혀 대체근무마저 제한받는 상황”이라며 “이미 임금인상에 합의했지만 기재부 지침에 의해 임금인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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