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가 사회적 파급력이 큰 노동사건에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심판위원회를 배정하는 ‘쟁점사건 배정위원회’를 만들었다. 타다드라이버 부당해고 심판사건이나 전국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부당노동행위 심판사건처럼 법·제도가 부재하고 판례도 축적되지 않아 법리적 공방이 첨예한 사건은 권위 있고 전문성을 가진 심판위원회에 맡기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재계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심판위, 추첨방식으로 배정
새로운 고용형태 다루는 데 한계

21일 중노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노사단체 대표와 공익위원 대표로 구성한 간사회의에서 ‘쟁점사건 배정위원회’ 구성을 논의한 끝에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법리적 쟁점이 난해한 사건, 새롭게 등장하는 노동유형으로 대법원 판례나 노동위 판정례도 부재한 사건들을 ‘쟁점사건’으로 선정해 전문성 있는 심판위원회를 배정한다는 취지다. 이를테면 쟁점사건은 2020년 타다 드라이버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쏘카를 사용자로 본 부당해고 사건이나 지난해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를 택배노조의 공동 사용자라고 판정한 부당노동행위 사건들이 해당할 수 있다.

‘전문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탁구공 추첨방식으로 진행하는 현행 심판위원회 배정의 한계 때문이다. 중노위는 한 달 전에 심판위원회 명단을 날짜별로 작성하고 탁구공에 사건번호를 적어 노사가 교차 추첨하는 형태로 배정했다.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런데 노무제공자는 한 명인데, 사용자는 다수인 고용형태를 비롯해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심판위원회의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심판위원회 구성은 노사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중노위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중노위는 이에 따라 쟁점사건은 공익위원 3명과 노동자위원 1명, 사용자위원 1명으로 구성한 배정위원회에서 별도로 결정하는 ‘쟁점사건 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 위원회를 개최해 4건을 쟁점사건으로 선정하고 심판위원회를 배정했다.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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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측 “반대했는데 일방 추진”

그런데 배정위원회 사용자위원을 맡고 있는 한국경총은 두 차례 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김철희 경총 노사관계지원팀장은 “사용자측이 반대의견을 제시했는데도 중노위가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하려면 노동위원회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위원회법 15조에 부문별 위원회로 △심판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조정위원회 등 7개 항목을 명시하고 있다는 이유다. 또 쟁점사건을 중노위가 선정하는 점이나, 배정위원회에서 노사공이 심판위원회 배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중노위는 “쟁점사건 선정 여부는 배정위원회에서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하고, 심판위원회 배정 합의 불발시 노·사·공익이 각각 2개씩 심판위원회를 추천해 교차추첨 방식으로 배정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도 이런 방식으로 심판위원회를 배정하는 데 찬성하고 있다.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처장은 “노동법에 전문성이 있는 심판위원에 사건을 배정하는 것이 공정성 훼손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쟁점사건 배정위원회 설치도 내용이나 절차적인 면에서 특별한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그동안 여러 법적 쟁점이 있는 사안들이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심판위원들에 의해 소홀하게 다뤄진 측면이 없지 않다”며 “합리적 절차를 거쳐 전문성 있는 심판위원회를 배정한다는 노동위원회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중노위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사용자측 의견을 반영해 노동위원회 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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